생각은 나뭇가지 뻗듯 갈래를 낸다. 갈라진 생각은 각각 제 갈 길을 가다가 이내 다시 갈래를 낸다. 사람의 일생은 생각의 일생. 오늘 하루는 오늘 하루치만큼의 생각이다. 생각은 의식이나 관념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간 위에서 갈래, 다시 갈래를 낸다. 생각의 가지 위에도 나무처럼 잎사귀도 달리고 사이사이 열매도 열린다. 그렇게 살다가 보면 꽤 무성해질 때가 있다.
밖에서 보면 제법 그럴싸한 풍경일 수도 있다. 위로 뻗은 생각의 가지 위에 햇살이라도 얹어져 환하게 반짝 거릴 때, 불어오는 바람에 생각도 모르게 리듬을 탈 때, 오래 머무른 생각과 새로 나온 생각이 함께 있을 때. 그러나 안에서 보면 여전히 초라하고 갈 길이 멀다. 생각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 간신히 지탱하고 있고 아래로 흘러내려간 생각은 그간 위의 잎과 열매로 가려져 만들어진 커다란 그늘이 생긴다.
그늘에서 ‘쉼’을 읽고 찾아내고 시원함을 누리는 것은 언제나 타인의 몫. 스스로 만든 그늘에서는 스스로 쉬지 못한다. 위로 뻗어 반짝이는 생각도 자체 발광은 아니어서 타인의 눈이 누릴 풍경일 뿐. 그래서 사람의 생각은 스스로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외로움이 힘겹다면 내 그늘로 찾아온 타인, 내 풍경을 보고 있는 타인을 ‘쉼’으로 삼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생각은 그 길로 가야 한다.
믿어볼 필요가 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나무도 숲도 자기만의 방향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도 시간의 거리를 두고 조금만이라도 떨어져서 볼 수 있다면 지금의 생각, 지금의 삶이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무를 닮아가고 있는 생각이 분명하다면, 지금까지도 알지 못하는 ‘아주 큰 생각의 숲’을 찾으러 가서 그 일원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