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RIVER & ME
잔잔한 물가에 와 있습니다.
내내 그리워하던 호숫가입니다.
외투를 벗습니다.
신발을 벗습니다.
양말을 벗습니다.
조금이라도 홀가분해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기분이 좋으면 물장구라도 쳐보련만
들여다보는 물속은 헤아릴 수 없이 깊습니다.
마음속이야 더더욱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라도 깊게 패인 상처를 얻을 때도 있습니다.
살피지 못하고 마음 같지 않게 사는 게 문제이겠지요.
저절로 낫기도 하고, 약으로 낫기도 하지만, 곪기도 합니다.
물가로 오세요.
회한을, 자존심을, 근심을 한 꺼풀 정도만이라도 벗어 보세요.
그리고 맨 마음을 물 위에 얹어 보세요.
벗으면, 물 위를 사뿐사뿐 딛고 예수님께로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내미시는 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배에 올라 복음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물속을 오래 들여다보지는 마세요.
오래 머물지는 마세요.
여기서, 갑자기 모든 게 분명해지고 해결되지는 않아요.
돌아가야 할 곳에서 해결할 일들이니까요.
양말과 신발을 신고, 외투를 챙기세요.
다시 그리운 날에 또 만나요.
상처가 아니라 곪은 게 그렇게 무겁습니다.
마음에 담고 있었으니 마음은 얼마나 부담스러웠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