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안과 밖

일단 좀 살자

by 손명찬

늘 활력 가득한 30대 중반의 회사원 O씨. 전철을 타고 이동 중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관한 기사를 들여다본다. 기사 뒤에 붙어 있는 ‘진단표’를 따라 재미삼아 자가 진단을 해보다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상의해보라니... 모르는 게 약이었을까. 알고 나니 오며가며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가 무거워졌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그냥...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가정적으로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잘 살고 있다고 늘 믿었는데, 내 스트레스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 다음이 문젠데...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 너무나 익숙해서 무심하고 때로 지겹기까지 하다. 해당 통계는 넘쳐나고 원인은 스트레스라는 온갖 병명으로 앓는 사람도 넘쳐난다. 사실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호흡하는 것이 반은 공기, 반은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이거, 꼭 발화물질 같다. 소소히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어느 경우에는 ‘꽝’ 소리를 내며 폭발하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 당신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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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냥...사람이다

이 ‘문제풀이’에는 전제를 세워놓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문제는 ‘모른다’의 전제로 시작해서 답을 ‘알면서’ 끝내지만, 이 문제는 ‘안다’의 전제로 시작해서 풀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스트레스의 문제는 마음먹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도무지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첨단 정보시대에 걸맞게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져 있는 시절, 몰라서 문제가 아니고 빤히 눈뜨고 당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거다. 우리는 잘 안다. 삶의 질과 성과는 ‘슈퍼 히어로’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도록 어려서부터 교육받았고 지금까지 그걸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기에 그렇다. 그런데 나날이 확인하고 있는 것은 ‘우리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그렇다. 그게 무수한 스트레스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잘 다루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며 살아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절묘하게 피하기도 하고, 대책 없이 부딪혀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그 위에 ‘사랑, 행복’ 같은 걸 부어 중화시키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잘 버텨왔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슈퍼’스러운 활약이다. 그러나 단연코 실제 슈퍼 히어로는 아니다. 도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이들이 간혹 있지만 “참 쉽죠?”로 들리는 그들의 말에 왠지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좀체 생기지 않는다.

당신이 당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있다면 일단 당신이 그냥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다. 맞으면 아프다. 놀라면 가슴이 두근, 다리가 후들거린다. 충격 받으면 두통이 온다. 공포 상황에는 무섭다. 도망치기도 하고 맞붙어 싸우기도 한다. 일어나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틀림없는 ‘정상’이라는 거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 사실을 거절하지 말자. 나는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모든 마음치유에서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슈퍼맨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스트레스와 진정한 공존이 성립한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를 없애는 비법 같은 건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화초처럼 다루는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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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다

사람은 두 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 ‘안’이라고 불리는 세상과 ‘밖’이라고 불리는 세상이다. 나는 안에서 내 방식과 의미대로 밖을 바라보고 있고, 밖에서는 다양한 부류, 관계의 사람들이 내 안을 그들의 방식과 의미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두 가지 시선은 서로 공감대를 만들기가 어려워 곧잘 충돌한다. 그때 스트레스가 탄생한다. 한쪽이 다른 쪽에 맞추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안에는 주위에서 기대하는 그 사람이 아닌 내 중심과 의지가 살아있는 ‘나 자신’이 들어있어야 한다.

밖은 어쩌면 내 능력 밖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갖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심지어 목숨을 내놓겠다는 듯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밖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고, 외면할 수 없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스트레스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그게 맞는 거라고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 이 당위의 마음이 오늘도 현실 세계와 상시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함정이다. 당신의 안을 지켜내지 못하면 밖도 지켜낼 수 없다! ‘사람’이 여전히 ‘슈퍼 히어로’의 가면을 벗지 못하는 한 그렇다. 숭고하다는 이유로 당신 자신을 희생시켜서 가족을 돌보고, 일을 하고, 꿈을 좇는다면 당신 안은 언제고 스트레스에 붕괴될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안과 밖의 조화가 필요하다. 안과 밖에 하나씩 마련해 두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숨 돌릴 공간’이다. 당신의 세상을 극도의 위험에 노출시켜 놓고 그 이유를 사랑, 책임, 의무, 꿈 등으로 그럴싸하게 붙여 방치하지 말자. 그런 숭고한 목적들은 실현시킬 수 있는 다른 좋은 방법도 많다. 그걸 여기서는 ‘센스’라고 부르겠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단순한 사고는 좀 심하게 얘기해서 당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다.

센스를 발휘해보자. 제3의 길은 반드시 있다. 이 길은 등 떠밀려서 가지 않고 당신이 주체적으로 생각해내고 진입할 때 최고의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밖의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을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것이 밖에도 만들어두어야 할 ‘숨 돌릴 공간’이다. 스트레스를 무리하게 다루는 ‘당신이 주도한’ 행동들(과도한 음주, 게임, 일 중독, 무책임한 행동 등)은 스트레스를 오히려 키워 병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쯤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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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트레스에는 좋은 스트레스eustress와 나쁜 스트레스distress가 있다. 이겨냈을 때 삶이 더 나아지고 향후 만족감, 행복감이 커질 수 있다면 좋은 스트레스이고, 많이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며 특정한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나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개인차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기가 쉬운 게 스트레스이기도하다.

그래서 당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오직 당신만이 설계할 수 있다. 앞으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모든 소스들은 당신이 ‘예스’하고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순간, 마법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예스’하며 받아들일 소스가 점차 늘어날 때 효과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게 당신이 무심히 숨 쉬며 살듯 무심결에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변환시켜 버릇해야 한다. 슈퍼 히어로가 아니어도 ‘사람’이면 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

할 수 있다. 우리는 능히 그럴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공존할 세상을 위해서라도 일단 당신부터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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