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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12. 2020

시간의 숲


비가 잠시 멈춘 사이, 촉촉해진 숲길로 들어섭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숲길은 혼자서 걷는다면 적막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들어서자 숲길은 정겨운 가족 소풍길이 됩니다. 열린 오솔길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숲속 꽃들과 마주칠 때마다 아이들이 먼저 반가워합니다. 비에 씻겨 꽃잎의 색깔과 향기가 짙습니다. 거기에 나무와 풀이 내뿜는 초록 향기와 시냇물 소리까지 겹쳐지니 머리와 가슴이 맑아집니다. 참 좋아서 어른과 아이가 번갈아 탄성을 지릅니다.    



비가 다시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우산을 펴들고 숲길을 돌아 나옵니다. 그 사이,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합니다. 우리도 같이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합니다. 하늘을 보고서야 이유를 압니다. 머리 위로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출구에서는 다람쥐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가 기다렸다가 배웅해 줍니다. 숙소를 향해 걷다가 뒤돌아보니 숲에 내려앉아 있는 구름 한 떼가 보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구름 속의 숲속을 산책한 걸까요, 숲속의 구름 속을 산책한 걸까요?           


*

숲속이라서 아늑했던 걸까요, 구름속이라서 아늑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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