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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r 01. 2020

비밀의 문

       

열쇠 구멍이 있다. 열쇠를 넣어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린다. 저편에는 당신이 기대하는 것이나 곳이 있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다 돌리기도 전에 성급히 문고리를 잡아당기지는 말자. 절대 열리지 않는다. 문을 열고자 할 때 정작 중요한 것은 평범하게도 ‘그 열쇠’냐 하는 것이다. 짝 맞는 열쇠만이 합당한 순서를 거쳐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경쾌하게 “딸깍” 소리를 내며 스르르 열리는 것이다. 그렇게, 이편과 저편은 하나가 된다.     


가끔 ‘당신이 열쇠’라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렇다. 사실은 무서운 천기누설이다. 이편과 저편을 잇는 역할을 하는 사람, 바로 당신이 맞다. 그걸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지고 일들이 즐거워진다.       


이 또한 평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지 않을까? 나는 어디에 쓰는 열쇠인지. 열쇠라면 어떻게 생긴 열쇠인지. 열쇠 구멍을 못 찾고 있지는 않은지. 발견한 열쇠 구멍은 나를 위한 것이 맞는지. 심지어는 나는 저편에서 무얼 기대하는지. 그것으로 무언가 해결되려는지.          


*

하나의 문, 하나의 열쇠, 하나의 열쇠 구멍, 그리고 이편과 저편. 신은 사람에게 설렁설렁 열어 젖혀, 단번에 비밀을 알아채도록 허락하신 적이 없어 보인다. 내 생각인데, 그러면 아주 재미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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