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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r 28. 2020

참회나무


나는 지금도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있습니다.
보지 못한 것은 본 적이 없어 모릅니다.
 
나는 지금도
알아들은 것만으로 기준 삼고 있습니다.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그냥 덮어둡니다.
 
나는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모두 스쳐지나간 듯 여깁니다.
 
나는 지금도
겪어 본 것만 실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없는 것보다 못하다 싶으면 무심합니다.
 
나는 늘 그러면서도
보지 못한 것을 절절히 그리워합니다.
모르는 것을 더 알고 싶어 목말라합니다.
 
스쳐 지나감을 지나서야 아쉬워합니다.
내 무지함에 가슴을 쾅쾅 칩니다.
이제야 입을 열고 두 손을 모읍니다.
 

참회나무는 열매가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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