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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Jun 04. 2020

산山 인생

          

그래, 그때 나는 산을 넘고 있었어. 산이 좋아서 산에 있던 게 아니야. 나무든 숲이든 뭐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산 공기마저 비릿했고 바람 소리는 파도소리로 들렸어. 오래도록 산에 있었던 이유는 분명해. 길에 들어섰을 때 한 가운데 산이 버티고 있음을 알았고 그걸 넘어야 다시 갈 길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럴 때 산은 그저 높디높은 언덕일 뿐. 여행이나 산책하는 게 아닌 사람에게는.  

    

그래, 그때에는 온통 바다 생각뿐이었어. 그렇게 오직 하나만 생각하고 둘까지는 생각도 못 했었어. 분주한 마음에 잘 따져볼 겨를도 없었어. 마음이 먼저 허겁지겁 달려가고 몸이 따라가는 형국이었어. 나는 오로지 지나가는 일에만 집중했어. 바다? 도착은커녕 산길도 여전히 벗어나질 못한 산 속의 나날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의 나는 산에서 살고 있는 인생인가, 바다를 향해 가고 있는 인생인가?’          


*

이제는 산허리를 슬며시 안아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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