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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친 손 이야기

MOON RIVER & ME

by 손명찬

아이의 손.

생채기가 생긴 것 같아서

손바닥을 펴게 하고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다행히 가시는 없고

손바닥은 하얗다 못해 투명했습니다.

죄가 없는 손.

아직 욕심껏 쥐어 본 적도, 포기한 적도 없는

무엇을 탐스럽게 쥐기에는 작기만 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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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나’ 눈이 동그래지더니

제 손을 잡아다가 똑같이 펴게 하고는

저도 들여다보는 흉내를 냅니다.

어른의 손.

얼추 빛과 그늘이 교차된 손.

죄가 수없이 스쳐 간 흔적이 있는 손.

지난 운명들이 굳은살이 되어 정지된 손.

베풀기에는 망설임과 인색함이 깃든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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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속죄를 생각하며 ‘고마운 손’들을 떠올려 봅니다.

이 세상에 소풍을 보내 준 손.

태어날 때 처음 잡아 주고 지금까지 이끌어 준 손.

슬며시 다가와 따뜻하게 잡아 준 손.

꼭 잡고 함께 걸어 주고 놓지 않은 손.

고개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 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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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모든 손들이여.

당신의 손이 오늘도 저를 살아가게 합니다.

당신의 손이 오늘도 저를 살려 주고 있습니다.

갚을 길이 없습니다. 모든 손들이여.

그저 저도 눈을 맞추며 방긋 웃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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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계신 곳에서 당신 손의 놀라운 위력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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