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Nov 15. 2015

펼친 손 이야기

MOON RIVER & ME

아이의 손.

생채기가 생긴 것 같아서

손바닥을 펴게 하고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다행히 가시는 없고

손바닥은 하얗다 못해 투명했습니다.

죄가 없는 손.

아직 욕심껏 쥐어 본 적도, 포기한 적도 없는

무엇을 탐스럽게 쥐기에는 작기만 한 손.     



‘왜 그러나’ 눈이 동그래지더니

제 손을 잡아다가 똑같이 펴게 하고는

저도 들여다보는 흉내를 냅니다.

어른의 손.

얼추 빛과 그늘이 교차된 손.

죄가 수없이 스쳐 간 흔적이 있는 손.

지난 운명들이 굳은살이 되어 정지된 손.

베풀기에는 망설임과 인색함이 깃든 손.     



방긋 웃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속죄를 생각하며 ‘고마운 손’들을 떠올려 봅니다.

이 세상에 소풍을 보내 준 손.

태어날 때 처음 잡아 주고 지금까지 이끌어 준 손.

슬며시 다가와 따뜻하게 잡아 준 손.

꼭 잡고 함께 걸어 주고 놓지 않은 손.

고개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 준 손.     



감사합니다. 모든 손들이여.

당신의 손이 오늘도 저를 살아가게 합니다.

당신의 손이 오늘도 저를 살려 주고 있습니다.     

갚을 길이 없습니다. 모든 손들이여.

그저 저도 눈을 맞추며 방긋 웃어 드립니다.     



오늘은, 계신 곳에서 당신 손의 놀라운 위력을 보여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낙엽의 말'을 전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