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Oct 26. 2020

평생 기도

          

이른 새벽, 교회 종소리를 따라 젖먹이를 등에 업고 기도하러 가시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는 하늘로 올라가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기도는 바로 이루어진 것도 있고, 어느 기도는 이루어지는 중이고, 어느 기도는 이제 곧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수십 년, 아니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일입니다. 젊은 당신이 기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든지, 어떻게 기도하든지, 얼마나 눈이 빨개졌는지, 얼마나 골몰했는지 상관없이 무조건 상대가 안 되는 시간입니다.     


세상에 당신은 하나이고, 당신의 소리도 하나이고, 당신의 사랑도 하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기도도 제목이나 내용과는 상관없이 하나입니다. 평생 하나의 기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기도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얘기를 들어보면 알 것도 같습니다. ‘단어 하나’로 딱 짚어서 말할 수 없어서 그렇지,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큰 축복인지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당신의 기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평생 한 문장으로 마침표를 찍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얼마나 좋은지.     


내가 아는 한, 기도는 늘 하늘로 먼저 올라갑니다. 마땅한 기도는 올라가서 마땅히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땅으로 하늘하늘 내려옵니다. 무거운 것이 먼저 내려오고 가벼운 것이 나중에 내려오지 않습니다. 이유를 알만한 것이 빨리 내려오고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는 것이 천천히 내려옵니다. 나중에는 모두 알게 됩니다만,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조바심을 좀 덜 내기를 바랍니다. 내가 믿는 한, 평생 하나의 기도에는 평생 하나의 응답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생은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을 믿습니다. 그것으로 인생은 모든 비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하늘하늘, 다시 하늘로 신나게 올라가게 될 것을 믿습니다.          


*

어머니의 기도를 아내와 제가 받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