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Nov 03. 2020

하늘과 땅 사이

        

하늘은 땅을 잘 압니다.

땅의 것이 모두 하늘로부터 왔기 때문입니다.

땅은 하늘을 잘 모릅니다.

하늘이 보낸 것은 포장도 내용물도 버겁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하늘과 땅 차이는 아주 큽니다.

오해가 있다고 하면 꽤 클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늘 안타까워합니다.

사실은 땅에게 다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땅은 늘 아쉬워합니다.

사실은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늘은 땅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땅에서 자라는 것은 모두 하늘을 향한다는 것을 압니다.

땅 역시 하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비취는 빛, 내리는 비가 때맞춰 온다는 것을 압니다.      


하늘과 땅 사이, 그 가운데 사람이 있습니다.

난처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고 있습니다.     


하늘이 얘기하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이 얘기하면 땅을 내려다보면서요.

끄덕이다가는, 갸우뚱거리다가는 하면서요.

사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요.     

     

*

하늘과 땅 사이,

'통로'될 수도 있다삶이 그립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