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Nov 16. 2020

Amazing Grace

흐르는 게 은혜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은혜 위의 은혜가 은혜 아래의 은혜로 가서 모입니다. 은혜의 강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가요. 상상해 보세요. 은혜가 은혜에게로 달려갑니다. 데이트 장소로 연인을 만나러 가는 젊음처럼 거침없이, 머뭇거림 없이. 점점 가까워지며 쿵쿵 가슴이 뜁니다.      


위에서 시작되는 게 은혜입니다. 어떤 여정인지 알고 싶지 않은가요. 그럼 당신의 가장 좋은 것을 위로 보내 보세요. 나, 내 이름, 내 뜻 말고. 흉내, 억지, 계산 말고. 사랑의 중력에 이끌리는 대로. 선물하는 기쁨을 누리듯이. 마음으로 선뜻.     


그 다음은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올렸지, 흐르는 걸 봤지,  목적지를 봤지, 싶다가 보면 어느새 또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것. 은혜가 누군가의 마음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걸 봐도 그렇습니다. 내내 지켜본 덕에 보너스로 감사의 물줄기도, 또 은하수 같이 아늑한 풍경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은혜는 당신을 통째로 통로로 사용하여 우주의 위 아래를 넘나듭니다. 조용한 밤, 귀 기울이면 사랑의 대화도 들립니다. 땅의 은혜가 하늘의 은혜에게 <난 처음부터 너였어.>, 하늘의 은혜가 땅의 은혜에게 <그럼, 넌 처음부터 나였어.>           


*

은혜가 지나가다 막히지 않게 우리 안에는 걸릴 것이 없기를.



작가의 이전글 하늘과 땅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