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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Jan 04. 2023

인생은 타이밍

겨울에 태어난 남자를 찾아라

_ 남편의 이야기(1)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리려나 보다. 지난 12월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서 아침에 커튼을 걷을 때마다 여전히 세상이 하얗다. 



매년 찬바람이 불고 겨울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체리 엄마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이 난다.



체리 엄마와의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회사 옆 약국에 들러 핫팩을 하나 샀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처음 만나는 날이 꽤 추웠나 보다.



연애는 꽤 오랜 시간 해봤지만, 소개팅은 태어나서 두 번째 경험해 보는 것이었기에 내 주머니 속의 핫팩을 도대체 언제 전해줘야 하는 것인가 속으로 참 고민을 했다.



결국 처음 만났을 때 건네주지 못했고, 밥을 다 먹고 카페로 이동하는 길에야 힘겹게 핫팩을 건넸다. 민망한 듯 핫팩을 건네던 내 행동이 웃기다는 듯이 까르르 웃던 체리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괜스레 민망해진다.



당시 MBTI가 그렇게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체리 엄마는 이 시대에 가장 유쾌한 타입 중의 하나인 ESFP였고, 처음 만나는 날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몇 번째 소개팅이세요?"와 같은 답하기 부끄러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 수많은 질문의 답변들 중에서 체리 엄마가 듣고 굉장히 놀란 나의 답변이 하나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언제 태어났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고 한다.



어린이날에 태어난 체리 엄마는 나의 생일이 궁금했고, 나는 생일을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겨울에 태어났어요"라고 답을 했다. 이 대답이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몰랐다.



우리의 첫 만남이 있기 몇 주 전 체리 엄마가 유명한 철학관에서 사주를 봤는데, "겨울에 태어난 남자와 잘될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생일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나 겨울에 태어난 남자다!"라는 답을 하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 대답이 우리 첫 만남의 키포인트였는지 첫 만남 이후 체리 엄마가 먼저 연락을 하게 되는 성과를 얻게 되었고, 그 이후 몇 번의 만남을 더 진행한 후 코로나가 터지기 한 달을 앞두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핫팩을 언제 건네야 할지에 대한 소소한 타이밍부터 소개팅을 앞두고 본 사주에서 '겨울에 태어난 남자를 만난다'는 말을 들은 것, 그리고 다행히 연인이 되고 난 이후에 코로나가 시작된 것까지.



일상을 살면서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겼을 때였다.



역시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않고, 살까 사지 말까 할 때는 사지 않는 것이 좋지만, 할까 말까 할 때는 일단 해보는 것이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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