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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양날의검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

by Toothless

이빨 달린 야생동물에게 쩔쩔매던 인간.

어떻게 그들은 지구의 1인자가 될 수 있었을까?

다른 사피엔스를 보면 돌도끼부터 꺼내든 그들이 협력을 하게 됐을 때. 그때부터 발전의 씨앗에 싹이 트기 시작했다.

협력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 자기밖에 모르는 개개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종교와 신화가 그 역할을 해냈다.

예를 들어 내가 거북이 신을 믿는다 치자.. 나랑 치고받던 옆집 아무개도 똑같이 거북이 신을 숭배한다는 걸 알게 됐다.

같은 신을 믿는다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이 생기고 호감도가 상승한다.

거북이신 이 있다고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옆집과 서로 음식도 나눠먹고 사냥도 같이 나가 더 많은 식량을 구해오고 이런 협력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내 눈앞에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상상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럼 현대는 어떠한가? 우리는 왜 이전처럼 전쟁으로 약탈하지도, 타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지도 않을까?

기독교, 불교 등등.. 여러 종교가 있어서?

그럼 무교인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래 문구를 잠시 봐주길 바란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것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독립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문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정말 그러한가? 평등하게 창조가 되었다는 건 무슨 근거인가?

"창조주로부터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창조주는 정말 있는 것인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부여받았다는 건 무슨 근거인가?

전부 허상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근거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이다.

돈의 가치에 대한 믿음. 미래의 이익을 보고 투자하는 그 믿음. 믿음 하나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물물교환에서 화폐의 사용으로 넘어가려면

종이 쪼가리에 가치를 부여해야 했다.

"아 몰라 이 돌덩어리는 지금부터 천 원임 그렇게 믿는 걸로 ㄱㄱ"

거창한 것이 있던 게 아니었다. 그냥 그렇다고 믿고 따르는 것. 그게 지금의 경제 시장을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을 믿고 따르는 이 상상력 덕에 우리는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고 단합할 수 있었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고문이나 노예가 되지 않을 권리

이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고 믿음으로서, 사피엔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울타리가 생긴 셈이다.

천부 인권, 자본주의, 공산주의 모두 믿고 따르는 추종자들이 있어 유지되는 것이다.

이것들 또한 종교이다.

신 없는 종교.

다른 종과 사피엔스의 차이점은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상상력을 가진 종족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력이 가능하게 된 것.

사피엔스를 지구 일인자로 만든 첫 번째 혁명.

이것이 '인지 혁명'이다.

"우주에는 신도, 국가도, 돈도, 인권도, 법도, 정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공통된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협력하게 된 사피엔스.

이들은 모여 부족국가를 이뤘고, 동시에 식량 공급에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더 이상 식량을 찾으러 이리저리 원정을 다니지 않아도 됐다.

농사를 통해 한자리에서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인구는 증가했고, 농부라는 직업 외에도 정치인, 기술자 등의 전문직이 생겨났다.

벼는 전문직을 생산해 더 많은 것을 연구할 수 있게 했지만, 부작용도 존재했다.

한 해 농사를 위해 농부들은 수렵채집 시절보다 더 많이 일하게 되었다.

또, 벼 외에 음식을 잘 섭취하지 않게 되어 영양 불균형이 되었다.

그리고 기후로 인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리면 기근에 시달렸다.

지속적인 작물 재배로 가축을 기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전염병의 원인이 되었다.

잉여생산이 가능하다 보니,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사회적 불균형이 생겼고 상대의 땅을 약탈하기 위한 전쟁도 빈번히 일어났다.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지만, 우리는 이 벼에 끌려다니게 됐다.

사피엔스는 반대로 밀에 길들여진 입장이 되었다. 밀을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하고 개인의 자유는 침해당했다.

이것이 두 번째 혁명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우리는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이후 과학의 발전을 이루게 한 주 된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냥 골방에서 연구 연구 연구만 한 과학자들 덕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사피엔스가 본인의 무지를 인정했을 때다.

나는 이 지구에서 뭣도 아닌 존재이구나. 모르는 게 많구나. 이 태도가 우리를 더 발전하게 했다.

만약, 지구가 우리 은하의 중심이고 인간이 최고이고 모든 것을 다 알려 하는 것은 신의 뜻에 배반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계속 취했으면 어땠을까.

로켓과 인공위성은 발사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세계지도는 채워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넓은 세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욕망.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비롯된 욕망은 탐험가들이 배를 끌고 망망대해로 나서기에 충분한 원동력이 되었다.

“현대 과학은 라틴어 ignoramus — ‘우리는 모른다’ —는 선언에 기초한다.”

“무지를 인정하려는 자세가 현대 과학을 훨씬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그리고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을 거쳐 사피엔스는 지구 1짱이 되었다.

짐승에게 쩔쩔매던 사피엔스는 생태계를 멋대로 변화시키고 조작하고 파괴할 수 있는 최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매우 살기 편한 현대.. 이 발전들로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졌나?

나뭇잎 한 장을 걸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수렵채집인들은 그럼 불행했을까?

한국은 저소득층 국가에 비해 왜 행복지수가 낮을까?

농업혁명 때처럼 돈에 우리는 길들여진 것 아닌가.

자본주의는 우리를 가스라이팅 하는 것은 아닌가.

무한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끝없는 욕심으로 불행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늘 그렇듯 상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듯. 다 본인 생각하기 나름이다.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사피엔스가 현명하게 사용하길. 지구 평화와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사피엔스의 발전은 여기까지라 생각하면, 정말 여기까지 일 것이고. 그 이상이 있다 생각하면, 저자가 말하는 영생도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연속적으로 읽어야 기억에 잘 남는데 띄엄띄엄 읽다 보니.. 4개월에 걸쳐서 읽었다. 600페이지로 꽤 두꺼워서 시간이 좀 걸렸다..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 그런데 지루하지 않았다. 저자가 풀어낸 인류 역사 스토리가 너무 흥미로웠다. 인지 혁명과, 과학혁명에서 무엇이 인류를 발전하게 했는지 던져준 키포인트.. 신선했다.

이렇게 또 한 무지에서 벗어났으니, 앞으로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야 인류 전체의 행복을 일궈낼 수 있는지.. 그리고 나 또한 어떻게 이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현대인은 선사시대인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남과 비교하고 끊임없이 욕망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역사는 점점 더 많은 힘을 인간에게 안겨주었지만, 이로 인해 인간이 더 행복해졌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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