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 Aug 11. 2023

나는 통제하는 부모일까?

어린 시절 잊히지 않는 경험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데


아직 핸드폰이며, 하다못해 키즈 메신저도 없다.


학교에 있는 친구들도 3학년까지 폰을 가진 친구가 없었으며


메신저를 하는 친구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름 아이가 캠프를 다니며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키즈 메신저 아이디가 있고


캠프가 끝나고도 메신저로 연락하자고 하는데


우리 딸은 갸우뚱할 뿐이다.


그게 뭐지? 



카톡도 내가 가진 공기계로 우리 가족 단톡방에서


카톡 실습(??) 하듯 메시지를 보내는 게 다이고


유튜브도 내가 대부분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린다.



친구들과 플레이 델 하지만


학교 특성상 같은 동네 친구들이 아니라서


내가 픽 드랍 해줘야 하고


혼자서 다니지는 않는다.


사실 영국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이 정도 나이의 아이가 혼자 다니는 건 불법 아닌가?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내가 너무 아이를 순진(??)하게 키우는 것이 아닐까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이가 아직 컴퓨터며, 메신저며 SNS며 


조작할 줄도 모르고, 뭔지도 모르고


게임은 콘솔게임이 허용되며


사실 태블릿으로 하는 게임도 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알아서 교육용 게임을 하고 있다.


근데 모르지 뭐.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면서도


내가 너무 순진하게 키우고 또는 통제하며 키우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든다.


통제하는 부모는 자녀와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생각하며


자기 자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비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진 데에는 충격적인 고등학교 때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는 


교묘하게 나를 괴롭혔던 친구였다.


그걸 바보 같이 몰랐다.


내가 인기가 많아 다른 친구가 다가오면 


한참을 삐져서 말도 않고,


내가 적성이 문과가 맞아 문과로 가려했을 때도


절교하겠다고 해서 결국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이과로 가게 되었다.


물론 거기서도 공부를 많이 못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문과였으면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거 같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인걸 알며 그 부분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멍청했던 내 탓이라는 거 잘 알고 있다.


지나고 보니 참 교묘하게 못됐던 친구에게


휘둘렸던 거 같다. 


당시에 유튜브가 인기 있었고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정보만 있었더라도....



이 친구의 어머니는 서예 같은 취미를 가지셨고


당시 그 시대에 10만 원이 호가하는 시슬리 선크림을 쓰셨으며


굉장히 고상한 느낌.


또 딸을 통제하려 하셨는데


딸은 그런 엄마 아래서 


온갖 공문서 위조해서 용돈 뜯어내기,


성적표 위조하기 


습관적 거짓말


밤에 학원 간다 뻥치고 놀이터에서 남들 다 보는데


찐하게 키스하기 등등.


참고로 평범한 여고딩이었고


옆에서 보면서 정말 놀랐었다.



나는 엄마 아빠랑 투쟁(??) 하는 사춘기를 보냈지만


저렇게 부모님 속여가며 등쳐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이 친구가 내 이름을 팔아서


나랑 문제집을 사러 간다 하고


남자친구랑 여행을 갔고


한참 늦게 귀가했나 보다.


뚜껑이 열린 이 엄마는


본인 기준이 순진한 내 딸을 감히 꼬여낸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나 보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서 고등학생이 이렇게 늦게 다녀?"


(그건 니 딸한테나 얘기하지, 우리 엄마도 아니고....)


여기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너는 너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니?
그래서 이 모양이니?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인지.


고등학생 신분에 남자친구도 없었고


키스가 뭔지도 몰랐고


온갖 짓을 다 하고 다니는 건 본인 딸인데


본인만 모르는 거다.


그리고 이런 천박함은 어디서 온 건지?


얼굴에 비싼 화장품 바르고


서예 하며 고매한 척 하지만


실은 본인 불안을 18살짜리 아무 상관없는


여자아이에게 쏟아내는 흉한 꼴이란.



하지만 당시 순진(??)했던 여고생였던 나는


그냥 끽소리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나도 같이 발랑 까졌으면 되받아쳤을 텐데


정말 나는 너무 순진했던 거 같다.





얘 엄마랑 이렇게 통화하고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서 만났을 때 


나는 얘가 사과 라도 할 줄 알았다.


우리 엄마가 심했지? 미안해라고.


근데 얘가 그럴 인격일리가 없지.


엄마한테 혼나서 너무 기분 안 좋다고 


나한테 툴툴대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스무 살이 되었고


친구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부모 몰래 낙태를 하게 되었고......


이 모든 걸 그 부모는 알까?



나에게 어디서 발랑 까져가지고


너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운운하던


그 여자의 아이는


책임지지도 못할 짓을 하고


함부로 생명을 낙태하고


것도 부모 모르게.


그걸 알까?



자녀를 존중하지 않고


믿어주지 않고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어쩌면 자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어쩌면 나의 상상(??) 혹은 바람과는 전혀 다른 인격체로 자라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항상 생각하며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엄한 것과 존중하는 것의 중간이 참 어렵다.



난 지금도 궁금하다.


얘는 지금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을까?


본인의 남편에게, 자녀에게 그 사실을 말했을까?


그 부모는 이 사실을  깨달았을까?



뭐든 간에 이 두 모녀는 인생을 이렇게 살았던걸 어떤 식으로든


반성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발랑 까진 여고생 이야기 아니고,


나름 학군 괜찮은 동네에


평범하고, 좋은 대학까지 나온 친구 이야기이다.




글로 적고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억울했던 나 자신을 안아주고 이제 기억을 지우기로.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순간이었건 걸로 


이제 잊기로 하자. 



어쩌면 나역시도 불안감이 높아 


이런 통제가 심한 엄마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 여자 덕분에 비록 트라우마는 얻었을 지언정 큰 교훈을 얻은걸로.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과 런던 여행 사진을 다 날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