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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Dec 12. 2023

거북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하와이를 가서 바다 한가운데서 

스노클링을 하는 액티비티를 선택했었다.

파도가 정말 너무 쎄서 어이가 없었다.


수영만 N쓉년차 인데 방구석 호랑이 였던가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휩쓰리기도 하고......

참고로 오리발도 끼고 있었는데.....


열살 밖에 안되는 딸이 오히려 더 신나게 수영 하고 있더라.

넌 누구 딸이냐 


난 무서워서 진즉에 배위로 올라왔고

남편과 아들과 딸은 남아서 수영을 했다.


내가 한명씩 맡아서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내가 누굴 보호해줄 입장이 못되었던게지.




이 액티비티에 목적은 돌고래와 수영 및 바다 거북이와 같이 수영 이었는데

돌고래와의 수영은 법으로 금지되어 보기 만 했고,

거북이와 수영을 해야하는데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있는 이가 남편과 우리 아이들이었는데

딱 보트에 타기 직전에 바다 거북이가 나타났다.


남편과 아이들이 거북이랑 바로 옆에서

같이 파도를 타며 수영을 하는데

정말 그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거센 파도 에서 수영을 하는 거북이는

물개보다 더 멋있었다.

둔탁한 네 다리로 훠이 훠이~


파도에 맞서지도,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하는 나의 몸짓과 다르게

거북이는 그렇게 여유롭고 유유하게 큰 파도를 넘기고 넘기며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수영 고수(??)에게서 느껴지는 그 여유로운 표정은 어떠한가?

늘 앙다문 나의 입술과는 사뭇 달랐다.


눈앞에 파도는 거친데 

거북이와 헤엄치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슬로우모션 같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남편이 엄청 행복해보이는 그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거북이에게는 관심도 없었는데

난 그 이후로 바다 거북이의 덕후가 되었다.


넌 꽤 멋있는 생명체(??) 구나.



주말에 스멀 스멀 눈이 오는거 같았다.


내 차에 눈이 쌓이면 우리 아들이 항상 저런 장난을 친다.

그림 그리기.

그림도 아들 같아서 너무 귀엽다.


사실 우린 이렇게 오는 눈은 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폭설 아닌 일상 


이 정도 되어야

아, 눈이 '조금' 왔구나 라고 생각한다.


재작년에 비하면 작년과 올해는 정말 눈이 적게 와서 신기하다.



아이들 학교를 가야하는데 눈이 쌓여있어서

아이들에게 삽을 각자 하나씩 쥐어주고 

차 앞을 파라고 했다.

내차는  4WD가 아니어서 못 빠져나가므로.....


그냥 Y 사자고 할때 지를껄.

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때 남편이 차를 팔고

테슬라를 사자고 했는데 집에 전기차 두대는 좀 아닌거 같다라고

우겼던 지난날, 후회해.


이젠 중고차 가격도 다시 안정화 되고 말이지...



나도 되는 대로 대충 눈을 치우고 운전을 하는데

경찰이 차 천장에 눈이 나처럼 많이 쌓인 앞차를 잡더니

사진을 찍는것이다


덜덜덜덜


나도 눈 제대로 안치우고 달리고 있어서

나까지 잡을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나는 지나갔지만

눈을 차 천장까지 제대로 치워야 하는구나 교훈을.....



근데 아무리 치워도 천장까지 다 깨끗이 하기가 너무 힘들다.

저위에 쌓인 것을 보라......

결국 가라지에 차를 집어 넣었다.


우리집은 더블가라지 인데

집이 오래 오래 오래 전에 지어져서 가라지가 가라지 역할을 못한다.

사이즈가 작아 차가 안들어 간다.


가라지= 저장 창고 


가라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그걸 중점적으로 봤는데

사이즈도 제대로 안재었...........

나는 그렇다 치고, 치밀한 우리 남편한테 얼탱이가 없다.



내차는 작고 소중하고 부릉부릉한 소형차라

어떻게든 구겨서 집어 넣어보았는데

문제는 집안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열기가 힘들다.



남편은 이 동네가 다 가라지가 작아서

차고에 차 집어 넣은 차들이 없다며 위안을 삼으라고. 


그러고 보니 앞집 벤츠도 옆집 아우디도

다들 차들은 삐까번쩍한데 밖에서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맞으며

겨울을 나고 있더라만.



이곳에 드디어 뒤늦은 긴 겨울이 왔다

올해 겨울은 또 어떻게 보내게 될까.


작년 한해 분명히 기억이 아는 것은 맥길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올 한해는 허투로 보내지 않으리라

내 반드시 영어를 정복하겠다 라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 무색하게 영어는 여전히 못하는구나.

아 진짜 좌절. 

그리고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는구나.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데

왜 내 인생의 시간은 이렇게 더디기만 한지 모르겠다.

인생의 한챕터 챕터가 다른 사람보다 버겁게 넘겨 지는거 같다.


뭐든 마음 먹으면 한번에 되는 경우가 없고

안될려면 처음부터 안되던지 꼭 마지막 퐈이널에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이제 자랐고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촵촵촵 되지가 않고, 둘러가야 하고.

뭔가 답답한것들이 많다.


 

그럴때 하와이 바다에서 보았던 거북이가 생각난다.

으음~ 인간들이군~ 이런 여유로운 표정으로 유유히 수영하던.


파도에 애써 맞서지도

화려한 영법으로 수영하지 않고 마치 바다에 몸만 맡긴채로

흘러가는대로 가고 있던 거북이.

그래도 거북이는 가고자 하던 곳이 있었을거야.

머리로 방향을 잡더라고. 



거북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가야하는 는 곳까지 

오늘 가지 못했으면, 내일가도 되고

빨리 가지 않아도,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면 되는걸까


참여유로워 보였는데 말이지!



창문 밖 풍경이 어느새 눈으로 덮이고

올해 겨울은 또 얼마나 매서울까 생각을 하니

그때 그 파도와 거북이가 생각이 났다.


흘러가는대로 현재를 집중하고,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내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근데 왜 안되냔 말이다.

우매하고 아둔한 인간이라 그런걸 알려줘도 먹지를 못한다. 


 고난 속에서 고생스럽게 살기로 결정한 게

나 스스로 라는게 참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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