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일이다.
이번주 토요일에 나디오의 오디오 작가가 되기 위한 녹음이 있다. 마지막으로 원고를 글쓰기 코치님께 보냈는데 '대제목을 수정해보시는 게 어때요?'라는 답이 왔다.
솔직히 난 <사랑쟁이 상담사>가 나와 내 글의 정체성에 딱 맞는다고 생각해서 다른 제목을 생각하기 싫었다.
그랬더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가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다.
글 4개 중 3개가 나의 과거 경험을 쓴 글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이 제목을 그냥 고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글루틴 작가님들에게 의견을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사랑쟁이 상담사>가 높은 지지를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웬걸~ 채팅방에
'오디오북 제목으로
1. 사랑쟁이 상담사
2.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어느 게 더 나을까요..?'
질문을 올리자마자 다섯 분의 작가님이 ' 2번이요'라고 대답을 해주셨다.
헉!!!!
그 순간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다른 상담샘들 채팅방에서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오로지 한분만 <사랑쟁이 상담사>의 손을 들어줬을 뿐이었다.
하아... 어떡하지? 글쓰기코치님께 < 사랑쟁이 상담사>로 하겠다고 결의에 찬 대답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주 목사님 설교말씀 중에 " <I maybe wrong>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성숙한 사람이다"란 말씀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바로 꼬리를 내리자'
코치님께 많은 분들의 의견을 물어봤더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가 좋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코치님 제안대로 하겠다고 대답을 했더니
'ㅎㅎ 사랑쟁이로 하세요.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제가 말씀드렸듯이, 나중에 이 오디오북이 두고두고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본인의 생각이 중요하거든요. '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꼬리를 내리고 '그렇긴 하지만요.
나만 좋은 게 무슨 소용이에요.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그제야 코치님은
'개구쟁이, 말썽쟁이, 고집쟁이, 사랑쟁이.... 아이의 이미지가 연상되어서 글이 보다 많은 청취자에게 확장되기도 전에 이미지가 굳어 버리거든요. 참고로 알아두시면 좋아요'라고 알려주셨다.
코치님의 마지막 말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로 결정되었다.
역시 고집부리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 걸 스스로 칭찬하고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내가 친한 작가상담샘에게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더니
별생각 없이 '사랑쟁이는 옛날 표현이라'란 말을 하셨다.
그 순간 '옛날'이란 단어가 내 가슴으로 퍽~하고 펀치를 날렸다.
아... 나 옛날 사람이구나... 안 그래도 100번째 브런치 글로 노화에 대한 글을 썼는데...
그 이후로 하루종일 마음이 다운되어 있었다.
'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이 올드한 느낌이었을까?
대부분의 집단감성과 다른 나의 감성이 이상한 건가?
글도 잘 못 쓰면서 무슨 책을 내겠다고..'등
부끄러움과 속상함과 슬픔까지....
열심히 글쓰기를 하던 내게 찬물을 확 끼얹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저녁때 글을 쓰기 시작한 거다.
쓰고 보니 보인다.
사랑쟁이가 옛날표현이라고 한 말을 나의 모든 글들이 올드하다고 확대해석했다는 게...
그리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 올드한 감각인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
올드한 게 꼭 나쁜 것도 아니고.
내가 오버했구나... 으이그
역시 쓰길 잘했다.
글쓰기는 항상 옳다.
#글루틴 8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