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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17. 2023

춤, 나의 본연의 모습을 만나다.


난 많은 경험을 했고 또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통제적인 아버지 덕분에 24살까지 '우물 안 개구리',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다.

친구들과 여행을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가봤고 신혼여행 때 비행기도 처음 타봤다.

외국여행은 27살 때 푸켓을 처음 갔었다.


24살에 선 보고 결혼을 했으니 연애경험도 별로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고팅에서 만나 2년을 사귄 첫사랑 1명 정도다.

여행도 많이 해보고 싶었고 연애도 아주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대학 때 우리 과 친구 중 가장 친했던 5명은 춤추는 걸 유독 좋아했다. 나 역시도 춤추는 걸 좋아했다

특히 미진이라는 친구는 우리 과의 '댄싱퀸'이었다.  유행하는 춤이 나오면 그 친구는 제일 먼저 배워서 우리들에게 전수해 줬다.

디스코텍을 닭장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통금이 있었던 나 때문에 춤을 추고 싶었던 우리는 초저녁에 일찌감치 강남역에 있는 디스코텍에 가서 아무도 없는 스테이지에서 우리끼리 춤을 췄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 시간엔 눈문을 머금고 나와야만 했다.




그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좀 김새는 일이기도 했다. 대학생 때 청춘남녀들의 열기로 가득한 곳에서 춤을 춰야 섬씽도 생기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텐데....

그래서인지 우리 멤버들 5명은 대부분 솔로였다.

다들 나름 이쁘고 키도 크고 늘씬하고 괜찮은 친구들이었는데...


그래서 고팅을 열심히 다녔다. 주말에 몇몇 대학생들(주최 측)이 표를 팔아 표를 산 사람들만 입장해서 춤을 출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만남도 가능했다. 12시부터 5시 정도까지 모여서 춤을 췄다. 일일찻집 개념이었다. 일일춤집이라고나 할까?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음악과 내가 하나가 되는 듯한 몰아지경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음악과 나만 있는 것 같은 느낌.

모든 속박과 통제에서 벗어난 온전히 자유로운 느낌...

유독 통제가 심했던 내게 그 자유로움과 생명력이 가득한 행위는 영혼이 해방되는 시간이었다.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잊고 지냈다.

이혼 후 지인들의 모임에서 우연히 홍대에 있는 '중독'이라는 LP 바를 가게 되었다. 자그마한 곳이었지만 한쪽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을 들어서자 대학교 때 디스코텍에서 나왔던 귀에 익은 음악들이 나를 반겨줬다. 

오래전 친구를 만난 듯 내 가슴은 반가움에 요동쳤다. 쭈뼛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춤실력이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춤의 자유로움 속에 빠져들었다. 상담을 하며 굳어 있던 몸이 다 풀어지는 느낌이었고 몸속 깊숙이에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풀어지는 것 같았다.

중간에 봉이 있었는데 그 봉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더 이상 기쁘고 행복할 수 없을 정도의 환희!!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연대감을 느꼈다.

그 후로도 자주 난 그곳을 찾았고 그때마다 진정한 나의 본연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이혼 후 20대 때 마음껏 춤을 추지 못했던 여한을 다 풀었다. 1~2년 실컷 춤을 췄더니 춤을 추고 싶은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고 싶은 건 언젠간 하게 되어 있는가 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건 제 때 실컷 다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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