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유 Jan 09. 2023

더 이상 역동적일 수 없었던 나의 40대

사람이 달라질 수 있구나...


마흔이란 나이는 참 의미가 있나 보다.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불혹이라 하지만 난 그때부터 내면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것 같다.

마흔이 되었을 때 자연적으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율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결혼을 도피처럼 생각하고 급하게 결혼을 했었다.


선을 보고 53일 만에 결혼을 했으니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었을까? 다만 빨리 결혼해서 감옥 같은 집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

아빠가 좋다고 하니 아빠의 안목을 믿었던 것 같다.

사실 24살의 난 남자 보는 눈이 거의 없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결혼은 잘못되었구나...'라고 느꼈으나 참는 것에 익숙한 난 그로부터 정말 오랜 시간을 견뎠다.




그런데 마흔 살이 되자 난 변해버렸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였던 내가 갑자기 싸움닭처럼 되어버렸다.

싫어도 마지못해 다른 사람에게 맞췄었는데 내가 하기 싫으면 싫다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의견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존재감 없게 살아왔던 나에게 이건 신세계였다.


거기다가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불쑥불쑥 올라와서 사람들과 갈등이 일어났다. 그동안 나를 누르고 억압했던 사람들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건드리기만 해 봐라'하고 날을 잔뜩 세우고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남편, 시어머니, 권위자들..

이런 나를 보며 엄마가 "민유가 이상해졌어"라고 하며 정상이 아닌 듯 날 대했다.


다른 사람 눈치 보며 지나치게 배려하고 할 말도 하지 못하던 존재감 없는 아이가 갑자기 변하니 이상하게 생각한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참으면 터지게 되어 있는 법!!

40년을 참아온 억울함과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겠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선 날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뾰쪽뾰쪽하게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방법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는지 예전처럼 날 함부로 대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내 성격은 외향적으로 변했다.

어딜 가나 튀고 싶었고 우월감을 나타내고 싶었고 주도적이고 싶었다.



마흔 살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과도하게 밝고 명랑함으로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땐 그런 내가 좋았다.


40대 중반에 상담대학원에 들어가고 상담공부를 하며 이런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심리상담도 3년 가까이 받으며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했다.

상담을 시작하고 17번까지 상담시간마다 울었다.

내게 쌓인 눈물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편애의 상처가 컸던 난

그런 나의 어린 시절을 애도하며 떠나보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50이 되었을 때 더 이상 과도하게 나를 드러내고 분출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다.

힘들었던 27년의 결혼생활도 막을 내리는 결정을 했다. 내 스스로 한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

그 이후의 삶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고 있다.

50대의 삶이 가장 만족감이 높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춤, 나의 본연의 모습을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