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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13. 2023

나의 미니미, 막내딸


"우리는 단짝 그리고 친구"


막내딸과 내가 서로 부르던 주제가다.

딸 셋 중에 날 제일 많이 닮은 막내딸.

늦둥이 셋째 딸로 태어났지만  언니들과는 다른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엄마를 밝혔던 아이.

어딜 가든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딱 붙어 다녔었다.

MBTI 성향도 INFP로 같다. 고집이 날 닮아 얼마나 쎈지 수영을 절대 배우지 않았고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갈 땐 안 하겠다고 바닥을 뒹굴어 내 속을 썩였었는데...

알고 보니 어린 시절의 딱 내 모습이었다는 걸 알고는 웃펐던 기억이 난다.


8년 전  이혼 할 당시 막내는 16살이었다. 첫째, 둘째는 20대 성인이었지만 막내는 미성년자였기에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타격이 제일 컸으리라.

엄마 껌딱지였던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그 당시 난 내 문제에 빠져 공감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그걸 느끼기 너무 힘들어서 알면서도 보지 않으려 회피했던 걸 수도 있다.


그래서 막내에 대한 죄책감이 유독 컸다. 죄책감이 크면 더  연락도 자주 하고 잘 챙기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막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고통스러웠다.

엄마의 자유와 행복을 찾느라 이혼을 했고 이혼으로 인해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떻게 기쁠 수만 있었을까..?

애써 합리화하고 회피하는 것만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는 동안 막내는 병들어갔다.

큰딸은 결혼해서 아이 케어하고 자기 살기 바쁘고 둘째는 회사생활 하느라 바쁘고 아빠야 원래 자기 사는데 바쁜 사람이고...

한동안은 결혼 후 중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 집에서 살았던 적은 있다. 큰아이가 어른스러운 아이여서 동생을 잘 챙겼다. 그리고 막내는 아기를 너무 예뻐해서 언니의 딸을 너무 예뻐하고 사랑해 주었다.


그러나 큰 딸네가 하와이로 가게 되면서 막내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었고 한국에서 입시를 하게 되었다.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해서 같이 미술학원을 알아보고 입시준비를 했다. 그 당시 나도 초보 상담사로 일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힘든 상태여서 그 이후 막내를 잘 챙기지 못했다.




그 해 6월에 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막내에게 그나마도 관심을 못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관계가 멀어졌다.  

이 부분이 정말 인정하기 싫은 지점이다.

엄마가 연애하느라 정신이 팔려 딸의 입시준비를 거의 챙겨주지 못했다는 거. 아무리 합리화를 한다 해도 이건 스스로도 용서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막내는 대학을 가고 난 재혼을 하게 되고...

딸들과의 관계는 거의 단절 상태가 되었다.

큰딸만 가끔 연락을 하는 상태였지만.


작년 여름 딸들과 다시 만나게 되고 제일 먼저 마음 문을 열고 다가와준 존재가 막내다.

" 인간은 원래 다 부족한 존재야. 오직 완전하신 분은 주님 한 분뿐이야... 그러니 엄마도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없었던 시간 동안 주님께서 이 아이를 키워주셨구나... 가슴 벅찬 감동으로 서로 안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막내딸이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작년 말에 갑자기 휴대폰 케이스를 만든다고 하더니 스마트스토어에 등록을 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불도우저 같은 추진력도 날 꼭 빼다 닮았다.


미적 센스가 있으니 막내가 만드는 제품들의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직접 그린 그림들로 제품을 만드는데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고 가격대도 좀 있는 편이다.

인스타 스토리에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들을 알리고

서로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막 솟아오른다. 나와 대화할 때 섬세하고 예민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받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상담사 엄마여서 뭔가 다르다고...


이 아이의 미래가 기대된다.

어린 나이에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은 아이.

그 영혼의 어두운 밤동안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주님과 함께 하는 아이.

놀라운 통찰력과 따뜻한 배려심으로 주위를 환하게 만드는 존재.

비록 부족한 엄마지만 이제는 인생의 선배로서 그동안 못했던 엄마노릇을 잘해주고 싶다.

엄마의 미니미 울막내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는 단짝 그리고 친구" 이 노래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단짝친구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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