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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Aug 26. 2022

잃었던 딸을 다시 찾았다.

없어져 봐야 존재감을 실감하는..


3월 초부터 아침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해왔다.

걷기가 얼마나 좋은지를 강조하며 '걷기 전도사'가 될 만큼...

하루에 6000~8000 걸음씩 걸었고 허리도 안 아파지고 체력도 좋아짐을 느꼈었다.

통증이 없어지니 삶의 만족감도 엄청 높아졌었다.

하지만 7월 말부터 갑자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걸을 수가 없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라는 마음으로 걷다 보니 무릎에 과부하가 왔나 보다.

무릎이 붓고 걷다가 악!! 소리를 칠만큼 극심한 통증도 있었다.


너무 낙심되고 우울해졌다.

아침 산책을 하며 숲의 향기를 맡고 사색도 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소확행이었는데...

아침운동을 못하게 되니 하루의 루틴이 깨져버렸다. 지하철을 탈 때 에스컬레이터가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옆의 난간을 잡고 겨우 올라가고 내려갔다.

몸이 무겁고 늦게 일어나게 되고 허리도 더 아파졌다. 만사가 귀찮고 시간만 나며 예전처럼 침대에 눕고만 싶어졌다.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도 두 번이나 맞고 약도 2~3주 동안 먹었다.

그러면서 조금 나아졌다가 하루 많이 걷고 나면 다시 아프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1달 정도 지나고 오늘 아침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오늘은 한번 나가서 동네 공원에 가볼까?'하고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왔다. 아플까 봐 겁이 나긴 했지만 조심스레 걸었다.

1달 사이에 살갗으로 느껴지는 공기의 온도나 바람이 현저히 달라져 있었다.

계절은 어떠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정한 속도로 변해가는구나.



1000걸음 걸으니 나의 최애 공원이 나타났다.

작지만 숲의 느낌이 드는 장소다.

그동안 맡지 못했던 나무와 흙의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마음속 깊이 희열이 느껴졌다.

'아... 행복하다. 이 아침의 행복감을 못 느끼는 동안 참 삶이 별로였었지...'

아침 산책을 하지 못하는 1달 동안 삶이 정돈되지 않고 그냥 휘리릭~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걸으며 사색하며 아침을 시작하는 게 나에겐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는 게 다시 한번 느껴졌다.

신기한 건 그동안 브런치 글도 거의 안 쓰게 되었다는 거다.

그 말인즉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걷기와 사색의 상관관계가 그토록 강한 것이었다니!!


있다가 없어져봐야 그 존재감을 더 실감하게 되는 게 인간인가 보다.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면 소중함을 덜 느끼는 미련함.

오늘 아침 걷기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쓰며 걷기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만난 딸들에 대한 마음도 예전보다 더 애틋하고 사랑이 깊어졌다.

특히 막내딸과는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고 같이 밥을 먹으며 대화하고 친밀해지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엔 강화도로 나들이도 다녀왔다.

못 만나는 날에는 수시로 카톡 하며 하루의 일상을 공유한다. 마치 처음 사귀는 연인 사이처럼 수시로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 한다.

못 만나는 동안 얼마나 이런 시간을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사실 이혼하기 전엔 이런 감정을 잘 몰랐었다.

나에게 자식은 챙겨야 할 의무감이 더 큰 버거운 존재였다.

그만큼 자기중심적인 엄마였다는 거 인정한다.

자식보다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만큼 더 사랑해주고 싶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잃었던 딸들을 다시 찾았다"

더 사랑할 줄 알게 된 엄마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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