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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08. 2023

오디오작가가 되었다.

나의 재능의 재발견


어린 시절 난 저음의 목소리가 참 싫었다.

중성적인 이름도 싫었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나에 대한 건 뭐든 싫었다.

여성스럽고 하이톤의 목소리가 예쁘다고 생각했기에 더 말하는 걸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년 가을쯤 남편이 뉴스에 나온 내 상담하는 목소리를 듣더니 "당신 목소리 정말 좋다. 오디오작가 돼 보는 게 어때?" 하는 거였다.

" 진짜? 내 목소리가 좋다고?"

녹음한 걸 남편에게 들려주니

“내가 잠이 잘 안 올 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자는데 거기 있는 목소리보다 당신 목소리가 훨씬 좋다.”

나도 들어보니 중저음의 목소리가 썩 괜찮게 들렸다. 역시 사람은 자기를 잘 비춰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니까...


마침 오디오작가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9주간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보이스트레이닝 수업시간에 코치님께서 자신감 없어 하는 나에게 “민유작가님 요즘 대세는 중저음이예요.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바꾸시는 분들도 계세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오래살고 볼일이네. 내가 젊었을 때만해도 여성스럽고 약간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인기였는데...하긴 그땐 몸매도 여리여리하고 마른 몸매를 날씬하다고 했었지..’

그러면서 내 목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막상 녹음실에 가서 녹음을 하는 날은 너무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한번만에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1화 우리 엄마는 미스코리아다.

2화 벙어리란 별명의 아이

3화 27년 경단녀에게 명함이 생긴 날

4화 마음과 마음이 울리는 뭉클함의 순간

5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녹음실에 가서 녹음을 마치고 내 콘텐츠가 올라오길 목 빠지게 기다렸다.

지난주에 드디어 나디오 앱에 탑재되었다는 대표님의 연락을 받고 듣기 전 두근두근 마치 첫 미팅을 나가는 새내기 같은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우리 엄마는 미스코리아다."

제1화의 제목을 말하는 내 목소리를 듣는데 혼자서 듣는데도 막 오글거렸다. 울막내가 내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면 오글거린다고 듣기 힘들어하는 기분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당당하게 낭독말하기를 잘한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한 선생님은 글과 목소리에 흡입력이 있어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주셨다.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둥실둥실 날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란 생각도 들어서 그렇게 얘기했더니

"샘 근데 누구나 하진 안잖아요"라고 하셨다.

하긴 누구나 하진 않지.. 도전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지..


대학원 동기방에 공유했더니 한 선생님이 내 팬이 되셨다면서

" 눈물 찔끔 났어요.

이런 끼를 어찌 숨기며 숨쉬셨을까 싶어요.

하고 싶은 것 맘껏 하시며 사세요.

'풀어 다니게 하라."

다시 살아난 나사로에게 하신 말씀이 갑자기 생각났어요."라는 문자를 보내셨다.


그 문자를 받고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풀어 다니게 하라' 란 말씀이 마치 주님께서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처럼 느껴졌다.

글쓰기, 오디오작가 되기, 책 쓰기의 모든 과정 안에 그분의 계획하심이 있으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번 도전을 통해 난 내 목소리가 중저음의 매력 있는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 생각된다.

남편의 한 마디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지났을 나의 재능의 재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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