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유 Feb 05. 2023

나이 자격지심이 생겨버렸다.


내 나이 50대 후반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예전에 생각해 보면 확연한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게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나이 때문에 위축이 된다.

40대 후반부터 나이에 당당해지고 어디 가서든 나이를 물어보지 않아도 밝혔었다.

그리고 상담사에게 나이가 많다는 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센터에서는 구인을 할 때 50대 이상으로 정해 놓은 곳도 있으니..

그런데 60이 가까이 다가 오니 뭔가 느낌이 다르다.


대부분 20~30대 내담자들을 주로 만나서인지, 아니면 워낙 철이 잘 안 드는 성향인 건지 마음은 마냥 젊다. 내 대학동창들에 비하면 요즘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나 마인드를 잘 아는 편이고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남편과 난 유치하기 그지없다.

둘이서 장난치는 걸 옆에서 막내딸이 보면서 어이없어할 때가 많다.

"우린 언제 철들지?"

" 철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 모 꼭 그럴 필요는 없지"

" 그래 우린 평생 철들지 말자"

라며 깔깔깔 웃는 철부지 부부.




작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부터  글쓰기 수업이나 오디오작가 클래스, 매일 글 쓰는 모임 등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참여를 했다.

대부분 온라인 수업이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았으나 참여원들의 연령대에 은근 신경이 쓰였다.

'혹시나 내가 분위기를 흐리면 어떡하지?'

내가 아무리 마인드가 영하다고는 하나 나도 모르는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꼰대기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시작 전에 선생님께 참여하시는 분들 연령대가 어떤지 넌지시 물어보곤 했다.

다행히 글쓰기수업과 오디오작가 클래스, 매일 글쓰기 모임에 나와 비슷한 분이 한 분정도는 계셔서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나디오에서 하는 초단편로맨스판타지소설반을 신청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날이었다.

줌으로 들어가서 보니 5명의 작가님들 중에 나만 중년이었고 나머지 4분은 20~30대로 보였다.

순간 확 주눅이 들었다.

각자 쓰려고 하는 소설의 스토리를 이야기했는데 다들 창의적이고 기발한 소재를 내놓았다.

나만 현실의 경험(남편과의 러브스토리)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었다.


결국 끝나고 나서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대표님

저 오늘 들어가 보니 다 어린 분들인데 나 때문에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약간 공감대형성도 안되고.. 저 참여가 힘들듯 해요'

' 다들 재미있게 들으시던데.. 그래도 힘드시면 환불해 드릴게요'

뭔가 씁쓸했다. 굳이 그런 나이자격지심을 갖지 않아도 될 텐데...


요즘 어딜 가나 제일 연장자다.

이걸 내가 받아들이고 소화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될 듯하다.

몸이 아프니 더 나이를 실감하게 되고 더 위축되는 느낌이다.

다시 아침 걷기를 시작했으니 체력을 키워서 나이에서 오는 자격지심도 확 떨쳐버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ENFP에서 다시 INFP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