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이 반대인 두 명의 남편

estj와 infp 남편

by 정민유

" 살아보면 똑같아. 그 눔이 그 눔이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그분들은 결혼을 여러 번 해보신 분들일까? 어느 부분 맞기도 하고 어느 부분 틀린 말 같다. 비슷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실패한 분들은 이렇게 말할 것 같긴 하지만 나에겐 달랐다.

결혼을 여러 번은 못해보고 두 번 했지만 살아보니 그 눔이 그 눔이 아니더라.


일단 두 명의 남편의 mbti는 정반대다.

전남편은 estj이고 지금 남편은 나와 똑같은 infp.

그러니 성향이 전혀 다르다.


전남편은 외향형(E)이어서 친구 만나는 거 좋아하고 매일 모임을 하고 밖으로 돌았다. 남자끼리 모이는 걸 좋아해서 항상 혼자 다녔다. 사람들을 만나도 주로 본인이 얘기하고 뭐든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해서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반면 지금의 남편은 내향형(I)이어서 일단 모임이 많지 않고 집에서 혼자 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며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가끔 모임이 있어도 나와 함께 가길 원하고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고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고 맞춰주려 한다.


그리고 감각형(S)인 전남편은 증명된 것만 믿었고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경험해 본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관형(N)의 지금의 남편은 오감 이외의 육감이 발달하고 촉이 좋아서 사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예전에 상담카페를 할 때 불치병인 청년이 자주 찾아왔었는데 감이 안 좋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적도 있다.


그리고 사고형( T )인 전남편은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배려심이 없었다. 내가 목,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아프다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중에 마비 오면 수술해"라고 말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다. 그리고 잘한 점에 대해 칭찬은 거의 하지 않고 부족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질을 했다.


지금의 남편은 매일 아파하는 날 보며 자기가 더 속상해하며 허리를 눌러주고 신발도 신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감정형( F)이라 작은 일에도 내 마음을 알아채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해주고 웃겨주려고 노력을 한다. 그리고 항상 칭찬해 주고 아내를 소중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계획형(J)이었던 전남편은 내일 뭐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가 그다음 날 무슨 일이 있어서 계획이 틀어지면 불같이 화를 내며 자기를 무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하는 내게 매일, 오랜 시간 끊임없이 "정리해라, 정리해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본인은 손끝도 까딱하지 않으면서..


지금 남편은 인식형(P)이어서 계획을 세웠다가 언제든 바꾸고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정리정돈은 나보다 더 못한다.

한 번은 유명한 냉면집을 간다고 나섰다가 양구이, 중식, 불고기 세 번이나 다른 곳으로 바꾼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웃으며 다른 곳으로 먹으러 갔다.


이렇듯 나와 반대성향인 전남편과의 결혼생활은 27년을 살았어도 서로 맞춰지기는 커녕 영원한 평행선이었다.

반면 같은 성향의 지금의 남편과는 누가 봐도 죽이 잘 맞는 환상의 커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배려하고 더 사랑하게 된다.

비록 둘 다 이상주의자여서 철이 안 들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똑같으니 코드가 맞고 편하다.


물론 전남편의 장점도 있고 지금 남편의 단점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남편은 장점이 너무 크기에 단점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mbti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도 많다.

예를 들어 자라온 환경이나 부모님의 양육방식, 애착유형. 독립성과 의존성의 정도, 자존감등..


하지만 최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mbti 성향을 예로 들어서 글을 써보았다.


아무튼 나에게 있어서 "그눔이 그눔이다"라는 말은 엄연히 거짓이라고 판명이 되었다.

그것보다는 " 나와 잘 맞는 성향의 남자와 결혼해야 행복하다"가 더 맞는 말 같다. (잘 맞는다는 게 꼭 같은 성향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는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그리고 특정 성향을 비난하는 의도로 쓴 글은 아닙니다. 저의 경험에 국한된 것이니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시는 분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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