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그리운 어머님의 나물

by 정민유


남편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특별하다.

특히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볼 때 처음엔 좀 생경했었다.

육식주의자인 내게 나물이나 청국장등의 음식은 그저 나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 그저 고기류의 들러리 같은 정도였다.


연애초기 내가 "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물었을 때 남편의 대답은 "나물을 제일 좋아해요."였다.

'아...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게 나물인데..'

나물은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보려 해도 번번이 실패였다. 맛이 없으니 만들기도 싫어지고 억지로 하니 더 맛이 없는 악순환이랄까?


처음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님의 나물을 먹어보고 남편이 왜 나물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나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님께서 정성껏 만들어 담아주신 음식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는 심지어 경건하기까지 하다.

남은 나물 한 조각까지 정성껏 먹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대하는 듯한 태도로..

그런 남편과 함께 한 시간이 어언 4년..

나도 남편 입맛에 동화되어 버렸고 어머님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남편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첫 추석 때 어머님이 싸주신 나물들을 꺼내 하나씩 조심스레 맛을 음미해 보았다.

'어떻게 나물이 이렇게 맛이 있을 수 있지?'

'도대체 어머니는 나물에 뭘 넣으신 거지?'

조미료를 쓰실리는 없고 무슨 비법의 가루라도 있으신 걸까?


어머님은 재료 본연의 맛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간을 하시는 능력이 뛰어나시다. 처음엔 싱겁다고 느껴졌었는데 이젠 그 맛의 세계를 알아버렸다.

그 비법의 가루는 다름 아닌 '정성'이었다. 최상의 재료를 구입하시고 흐르는 물에 오래 씻으신다. 간이 딱 맞게 양념을 하시고 살살 무치시고 달달 볶는 과정 속에 어머님의 '정성'이 한 움큼 들어간다.


" 한번 자극적인 음식 맛에 길들여지면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어" 남편이 말했지만 내 입맛은 슴슴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게 변해있었다.

부부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스며들어 닮아가게 되는가 보다.




그렇게 평생 손가락이 휘도록 자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게 낙이셨던 어머님이 아프시다.

올해 초 허리 쪽 뼈에 금이 가서 6개월 정도 제대로 걸으시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번 추석부터는 어머님의 나물들을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프시지 않더라도 이제 일을 그만하시고 쉬실 때가 지났다. 매번 명절 때마다 아무것도 안 하시겠다고 말씀은 하시면서도 시댁에 가면 또 이것저것 음식을 해놓으셨다.


며느리가 둘이나 있으니 이젠 편안히 명절상을 받으셔도 되는데...

그러시는 게 마음 편하시지 않으실 걸 알아서 마음이 착잡하다.

얼마 전 남편이 내가 입원해 있을 때 시댁에 들른 적이 있다. 저녁 시간이었는데 저녁을 못 먹여서 보냈다고 울먹이셨다고 했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어머니의 사랑, 그걸 50이 훨씬 넘은 나이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랑을 받은 남편은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결혼한 지 3년밖에 안되었지만 그런 따뜻함과 배려에 어머니 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작은 샘물이 솟아나듯 기쁨이 피어오른다.

어머니 음식을 이제는 못 먹는다고 해도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막내며느리는 배가 부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어머님의 나물. 나물 속에 담겨진 귀하고 소중한 사랑.

그 사랑을 받았으니 언젠간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절대 어머님의 나물 맛을 내진 못하겠지만요.

벌써부터 어머님의 나물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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