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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정답이다
오로지 남편만을 위한 명절음식
by
정민유
Sep 28. 2023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프다고 남편에게 음식을 너무 못 만들어 주었다. 올해 명절엔 어머님도 아프시니 어머님 음식도 못 먹을 남편이 안쓰러웠다.
기운도 없고 허리, 무릎도 아프지만 남편을 위해 명절 음식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미리 장을 봐두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동그랑땡부터 시작했다. 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밑간을 하고 양파와 파를 다지고 두부는 꽉 짜서 으깨고 계란을 넣고 잘 치댔다. 동글동글하게 만든 걸 계란을 풀어 쏙 담갔다가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지져서 완성!!
오랜만에 만들어본 동그랑땡이라서 맛이 어떨지.. 하나 먹어보니 썩 괜찮았다. 식기 전에 밀폐용기에 담아 남편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내가 들어가는 걸 보고 남편이 활짝 웃는다. 내 손에 들린 동그랑땡을 보고는 환호를 했다.
" 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그랑땡이다"
" 당신 그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한 번도 못해줘서 마음이 안 좋았어. 얼른 먹어봐"
하나를 입에 넣고는 " 바로 이 맛이야. 너무 맛있어.
어머니가 한 거보다 더 맛있어. 소고기랑 돼지고기 같이 넣고 만들었지?" 역시나 미각의 신이다.
" 어떻게 알았어? 당신 진짜 대단하다"
" 척하면 알지"
남편은 맛에 있어서는 거짓말을 못한다. 절대로 맛없는데 맛있다고 하는 법이 없다. 그냥 안 먹는다.
그래서 음식을 하고 남편이 한입 먹으면 조마조마해하며 남편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일단 동그랑땡은 합격이다.
집으로 와서 갈비찜을 했다. 갈비찜은 나의 대표 메뉴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나물. 고사리랑 호박나물만 만들었다. 휘리릭 만들어 맛을 보니 어머님 맛에는 못 미치지만 꽤 먹을만했다.
몇 시간 서서 음식을 했더니 역시나 허리가 심상치 않다. 소파에서 핫팩을 하며 쉬었다.
'역시 허리 아플 땐 뜨거운 걸로 지지는 게 최고야'
"띡띡띡띡"
드디어 남편이 왔다. 만들어 놓은 명절 음식을 보며 얼마나 해맑게 웃는지...
" 나물이 1등, 갈비찜이 2등, 동그랑땡은 특등
.
당신 요리 솜씨가 더 좋아졌네"
그 이유는 친정의 음식 맛과 시댁의 음식 맛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 친정엄마의 음식은 뭐든지 달았고 남편은 단맛을 극도로 싫어하니까..
" 나물도 이제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이 좋아하는 나물 만드는데도 자신이 생겼다. 역시 어머님의 맛있는 나물을 몇 년 먹어보고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남편은 음식을 먹는 내내 행복해하고 그 이후로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질 않았다.
'에구.. 그동안 얼마나 음식을 잘 안 해줬으면 저리도 좋아할까?'
난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자아비판을 하며 깊이 반성했다. 매일 나 힘들까 봐하지 말라는 말에 진짜로 너무 못해준 게 마음이
안 좋았다.
오로지 남편 한 명만을 위해 만든 명절음식!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며 내 마음도 훈훈해지는 연휴 첫날이었다.
남편의 사랑의 언어는 음식인 것 같다. 그동안 아내한테 사랑을 못 받고 있다고 느꼈겠구나...
남편의 사랑의 언어인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야지, 말로만 사랑한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었으랴?
이제라도 확실히 알았으니 다행이다.
" 여보야 이제 맛난 거 많이 해줄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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