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어머님이 아프셔서 둘째 아주버님 댁에 모였다. 나와 형님 두 분이 음식을 준비해 와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자 이제부터 윷놀이 시작하는 거야" 큰 시누이 말에 못 이기는 척 놀이가 시작되었다
장장 8시간 동안 윷놀이, 퀴즈대회, 고스톱 3종세트로 초등학생이 된 듯 천진난만하게 놀고 나서 집에 오려니 못내 아쉬웠다.
'따뜻한 가족의 정이란 게이런 거구나..'
하루종일 사랑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 보내고 나니 조금 더 거기 머무르고 싶어졌다.
그다음 날 오후에 남편에게
" 내가 만든 갈비찜 가지고 어머님댁 다녀올까?"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믿어지지 않은 듯, 하지만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그래 그러자. 형이 당신이 한 갈비찜 제일 좋아하잖아"
남편은 내가 어머님이 좋다고 하면 어린아이가 된 듯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표정이 밝아진다.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어머님이 날 환대해 주시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셨던 게 먼저다. 친정 부모님이나 전 시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웃어른은 긴장되고 대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결혼한 지 3년이 되어오는 지금 시부모님은 나에게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들이다. 두 분은 나에게 부모사랑의 원형을 보여주셨다.
맨날 아픈 며느리를 위해 항상 걱정하시며 기도해 주신다. 그리고 따뜻한 눈빛으로 웃어주신다.
난 어머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컥하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사랑에 목말라 본 사람은 안다. 존재로서 사랑해 주시는지 아닌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