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딸 하지 마세요!!

엄마와 딸 모녀상담

by 정민유


아이는 부모님의 공감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야 건강한 자아를 가진 성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지만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가까운 가족에게 상처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부모자식 간의 상처는 치명적이다.


​가깝기 때문에 기대가 커서이기도 하지만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기 전 어린 시절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 특히 큰딸과의 관계가 안 좋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잘 몰랐었어"


"동생들이 많아서 넌 알아서 잘하리라 믿었던 것 같아"


"넌 든든하고 어른스러워서 엄마가 친구처럼 의지했었어"


​딸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엄마들이 변명처럼 많이 하는 말들이다. 죄책감 때문에 이런 말들을 하게 되는데 이런 말들은 딸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어머니들은 딸이 힘들어서 상담을 온 건데 부모상담을 오셔서 딸 힘든 얘기로 시작했다가 결국은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라고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어머니 내면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어머니께 난 명확하게 말씀을 드린다.

" 어머니는 성인이셨잖아요. ㅇㅇ는 보호받고 이해받아야 할 아이였고요. 그런데 힘들어하는 어머니에게 의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하고 감정받이 역할을 하느라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금이라도 힘들었던 딸의 마음을 공감해 주세요.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시고요."


​"그리고 친구 같은 딸을 원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딸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아요. 딸에게는 엄마는 친구가 아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셔야 해요. 그리고 어머니 안에 치유되지 않은 부분은 개인상담을 오셔서 상담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셨다.

"딸에게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사과해 주세요. 변명하지 마시고 그냥 ' 많이 힘들었지? 엄마가 그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라고요"


어머니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 하지만 용기를 내서

딸의 눈을 마주 보며 사과하셨다. 그러자 그 진심이 딸의 마음에 가닿았다. 딸은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고 모녀는 껴안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그동안의 상처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엄마와 딸 사이에 새로운 친밀감이 생겨났다.


​엄마와 딸!!

모녀상담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관계가 회복되면 딸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한 사람에게 엄마의 존재는 어마어마게 큰 의미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그동안 혼자서 참고 억누르고만 살았던 내담자에게 당부의 말을 해주었다.

"이제부터는 힘든 마음을 참고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세요. 그렇게 표현하면 어머니는 그 마음을 '그랬구나.. 그럴 수 있어' 하고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해 주시고요."

오늘도 모녀상담을 하면서 관계가 회복이 되어 물기 어린, 행복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내담자의 얼굴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그러면서 나도 마음에 충만한 기쁨이 차오른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상담사 엄마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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