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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널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연인

by 정민유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이미 2년 전부터 블로그 글쓰기를 하고 있긴 했지만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쓰는 거라 글을 쓰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요즘 내 머릿속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난 뭔가에 꽂히면 엄청난 에너지로 추진하는 불도우저 같은 사람이라 지금 글쓰기가 나를 또 블도우저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날 이토록 몰입하게 만드는 걸까?


일단 내가 쓰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편과의 사랑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상담에서의 경험 이야기다.

사실은 대상만 다를 뿐 둘 다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모토였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거는 기대도 컸고 기대가 큰 만큼 상처도 많이 받고 아픈 시간들도 있었다.

평생 영혼의 교감을 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 헤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포기하는 순간 그가 나에게로 온 것이다.


난 사랑쟁이다.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처음엔 달콤하기만 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시들해지기도 하고 익숙함 때문에 덤덤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사랑을 해왔던 경험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기에 힘든 순간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사랑만이 해답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나의 내담자들을 사랑한다.

그들의 삶과 상처와 아픔을 가슴으로 품고 사랑한다. 함께 아파하고 그 상처에 약을 바르고 새 살이 돋을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비로소 그 상처로부터 치유되었을 때 누구보다 가장 기뻐해 준다.


비록 그 과정이 때론 힘들고 소진될 때도 있으나 난 또다시 힘을 내어 사랑한다.

사랑은 배신하지 않더라..


그 과정을 쓰고 싶은 거다.

마음이 울림이 있었던 순간들을 쓰고 싶다.

그런 사랑이 내 기억에서 잊혀질까봐 두렵다.

너무나 소중해서 모두 다 차곡차곡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거다.


요즘 글쓰기를 하며 다른 어떤 걸 할 때보다 행복감을 느낀다.

부실한 몸은 또 여기저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일단 어깨가 먼저 탈이 났다.

통증의학과에 가서 체외충격파를 받았다.

그다음 가장 안 좋은 허리가 아프단다.

정형외과에 가서 염증 주사를 맞았다.

눈도 뻑뻑하고 쑤신단다.

눈 영양제를 매일 먹는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서로 먼저 세상에 나오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걔네들을 선별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하다. 그렇다고 힘들진 않다.

그중에서 1등 하는 아이가 항상 있기에 그 아이가 나올 수 있도록 난 손가락만 움직여 주면 된다.






내가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은 '사랑'이다.

요즘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그 새로운 연인이 꽤 마음에 든다.

글쓰기와 사랑에 빠졌다.

연애 초기처럼 수시로 쓰고 싶고 생각나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

가장 내면 깊숙이에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와준다



밤늦도록 생각하고 눈을 뜨자마자 또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생각하니 사랑의 깊이와 넓이도 더 커지지 않을까?


비록 현란한 글솜씨나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문학적으로 멋지게 풀어낼 재능은 내게 없지만...

나는 계속해서 글쓰기를 할 것이고

그 결과물로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출판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될 것이다.


거기다가 그 책을 보고 위로받고 함께 행복해지는 분이 계시다면 난 바랄 게 없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생명의 빛을 비춰줄 수 있다면...


나의 꿈, 나의 사랑,

아마도 오래오래 글쓰기와 연인으로 지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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