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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글방> 시무식을 하다
2024년 첫 합평
by
정민유
Jan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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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1월 2일 첫 아침.
최근에 무리를 해서인지 밤새 허리통증으로 끙끙거렸다. 너무 힘겨웠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이내 표정이 밝아지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왜냐하면 <소란글방> 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마치 회사가 시무식을 하듯, 뭔가에 이끌리듯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진통제를 먹으면서도 카페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뛸 듯이 가벼웠다.
맨 처음 도착한 난 그녀들이 오길 기다렸다.
<소란글방> 멤버들은 효창공원 앞 카페로 하나, 둘 모였다.
12월 30일 부부동반 모임을 했으니 3일 만에 만나는데도 여전히 반가웠다. 그날 도로시님 부부는 감기 때문에 참석을 못해 못내 아쉬웠었는데..
오랜만에 4명이 다 모이니 꽉 찬 느낌이었다.
각자 커피를 주문해서 2층에 있는 단독룸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이미 우리의 수다는 시작되었다.
" 이에나님 그날 하원이 보고 나서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얼마나 귀엽던지요."
이에나님이 27개월 딸을 데리고 왔었는데 도도한 매력에 반해버렸다.
"저는 써니님 남편분 보니 써니님이 어떤 면 때문에 좋아하시는지 알겠더라고요." 이에나님도 한마디 했다.
" 남편들이 의외로 얘기를 참 잘하던데요."
그날 남편들은 처음 만났는데도 스스럼없이 우리 모임의 멤버처럼 스며들었다.
모임 후 소감을 저마다 얘기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자, 우리 본론으로 들어가야죠" 역시나 우리 멤버 중 유일한 J이신 영어샘 미니퀸님이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아마 그냥 내버려 두면 2시간이라도 떠들 기세였으므로.
" 오늘은 2024년 버킷리스트로 써온 글에 대해 합평을 해보도록 해요. 제가 먼저 읽어볼게요."
모두들 미니퀸님이 글을 읽는 동안 누구보다 진지하게 글에 몰입했다.
'나의 문어선생님'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매일 글쓰기를 하려는 마음과 연결해서 쓴 글이었다.
" 솔직하고 가차 없이 피드백해 주세요 " 미니퀸님이 다 읽고 나서 말했다.
" 알겠어요. 미니퀸님은 상처 안 받을 것 같으니 세게 할게요" 이에나님이 웃으며 말했다.
"<묘사의 힘>에서 배웠던 것처럼 감정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는 식으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 제목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좀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요."
" 영화를 보고 나서 버킷리스트로 연결한 아이디어가 참신한 것 같아요."
그다음은 이에나님 차례,
"
에피소드
뒤에 그 글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추가되면 더 좋을 듯요."
"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왔어요?"
" 상황묘사를 배운 대로 잘 적용하셨어요."
그다음은 내 차례,
" 처음 부분이 좀 장황한 듯해요. 오히려 올해 목표 글쓰기 부분을 앞으로 빼면 좋겠어요."
" 그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 글이 물 흐르듯이 읽기가 편해요."
미니퀸님 글부터 시작해서 이에나님 글, 내 글.
.
서로의 글에 대한 솔직하고 애정 어린 합평은 1시간 반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스스로는 생각 못했던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들으며 아하!! 무릎을 치게 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못써온 도로시님은 자신의 1년 동안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미 우리 구성원들은 이곳이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 부분에서는 심리상담사인 내가 도움이 많이 된 듯해서 뿌듯하기도 했다.
합평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상처받기 쉬운 것 또한 합평이다.
오늘 우리 <소란글방>의 합평시간은 모두에게 흡족함을 주었다.
6개월 정도 모임에서 웃고 떠들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존재들.
함께 성장하도록 자극을 주는 문우들.
작년에 이 글벗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헤어지고 1시간쯤 지났을 때 이에나님은 합평받은 내용을 참고하여 글을 수정해서 채팅방에 올렸다.
" 우리 합평을 통해 글 실력이 많이 늘 것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
" 맞아요. 합평이 우리 모임의 큰 의미가 될 듯해요.
자기는 자기 글을 다각적으로 보기가 힘드니까요.
우리들
너무 멋진 거 같아요!!"라고 내가 화답했다.
새해 첫 모임 시무식부터 우린 증명해 냈다. 우리가 단지 웃고 떠드는 모임이 아니라는 걸.
우린 존재로서 서로를 보듬는 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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