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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육식녀가 고기를 버린 이유

장폐색이 자주 오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행동

by 정민유


고기는 내게 삶의 원동력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3~4일만 고기를 안 먹어도 속이 헛헛하고 기운이 쪽 빠지는 느낌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고기를 버렸다. 그것도 미련 없이...


작년 가을부터 장폐색 증상 때문에 응급실만 7번, 입원을 2번 했다. 처음엔 위경련인 줄 알고 갔었는데 극심한 통증은 장폐색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장폐색은 장, 특히 소장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혀 음식물, 소화액, 가스 등의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장폐색으로 응급실을 갈 정도가 되면 거의 배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숨쉬기도 힘들다.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고통이다.


장폐색의 잘 생기는 이유는 3번의 제왕절개 수술과 1번의 자궁경부암 수술 또 방사선치료 때문에 장의 협착이 있는 원인이 제일 크다. 하지만 이런 이유 이외에 또 다른 원인도 있다.

1년 정도 장폐색이 왔던 경험을 토대로 나름 분석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냈다.


<장폐색이 자주 오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행동>


1. 불편한 사람과 밥 먹기

2. 밥 먹고 계속 앉아서 얘기하기

3. 질긴 잎채소나 섬유질이 많은 나물 먹기

4. 고기로 배 채우기

5. 피자나 파스타등 소화되지 않는 음식 먹기

6. 몸에 꼭 끼는 옷이나 스타킹 입고 밥 먹기

7. 잘 씹지 않고 급하게 음식 먹기

8.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참는 것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 중에 제일 힘든 건 역시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었다.

기름진 고기 위주의 식단, 빵과 과자등 입에서 끌리는 것들 먹기는 암환자가 되고도 고치지 못하는 고질적인 습관이었다.


산성음식 위주로만 식사를 하니 몸이 피로하고 면역력도 점점 더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과일이나 야채는 먹지 않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 밀키트 위주로 식사를 대충 때우게 되었다.


내 몸에 너무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던 거다. 10월에 장폐색으로 두 번째 입원을 하고 나서 굳은 결심을 했다.

내 몸에 쓰레기 같은 음식을 넘지 않기로...


밀가루 빵과 우유를 끊고 통밀빵과 두유로 아침식사를 한다. 아울러 당근과 사과를 갈아 마신다.


점심은 황탯국, 시금칫국, 청국장 건강한 메뉴로 직접 만들어 먹으니 속도 편하고 몸도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식사 후 꼭 먹었던 케이크나 디저트 메뉴 대신 달콤한 과일을 먹었다.


저녁도 두부요리나 휴일엔 샤부샤부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원래부터 건강한 야채를 좋아하던 남편이 나보다 더 기뻐한다. 그동안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를 아내 때문에 계속 먹었던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거다.

계란이나 두부, 황태등 굳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이 세상엔 맛난 음식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새로운 야채의 맛에 매료되니 샤브샤브를 먹을 때 조금 넣은 한우소고기에서 비린내가 났다.

요즘 나에겐 과일과 야채친구들이 생겼다.

그게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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