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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un 16. 2024

내 새로운 연인, 강릉 바다



내가 강릉을 사랑하는 이유의 90%는 바다 때문이리라.

만약 강릉에 바다가 없었다면 선뜻 이곳에 살기로 결정할 수 있었을까?


7년 전 처음으로 강릉에 혼자 여행을 왔었다.

일에 치여 뇌에 과부하가 와서 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조건 강릉행 KTX표를 끊어서 왔다.


안목바다에 도착하니 숨이 쉬어졌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쏴아, 쏴아 파도소리에 내 모든 삶의 찌꺼기가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5개월 후에 만난 사천바다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안아주는 느낌으로 나를 위로해 줬다.

나에게 바다는 '위로이자 안식'이었다.


그런 바다 옆에 살게 될 줄이야!

아침마다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그날의 바다를 확인한다.

" 안녕. 오늘은 어떤 기분이니?"

매일 한 번도 같은 색깔인 적이 없고, 비슷한 파도인 적 없는 변덕쟁이 바다.


어떤 날은 더 이상 파랄 수 없을 정도로 쨍한 코발트블루.

어떤 날은 아주 연한 하늘색.

어느 날은 짙푸른 프러시안블루.

어떤 날은 거의 푸른 끼가 없는 회색에 가까운 푸른색.

어느 날은 초록에 가까운 청록색.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천바다는 '중후한 중년 남자 같은' 느낌이다. 안목해변이나 영진해변도 물론 아름답지만 나에겐 사천해변이 제일 매력적이다.

아마도 좀 더 남성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한 달 전 어느 날, 바람이 그야말로 창문이 깨질 정도로 불고 파도는 집들을 집어삼킬 듯이 거센 날이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두려움에 떨며 누워 잠을 청했다.

바다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비록 화나면 숨도 못 쉴 정도로 무서운 존재지만 그래도 매일 볼 때마다 설레고 가슴이 벅차다.

강릉에 살면서 나의 최애 컬러는 파란색이 되었다.

난 정말 바다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바다와 사랑에 빠진 요즘 너무나 행복하다.


비록 변덕쟁이 인이지만, 내가 품기엔 좀 버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인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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