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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Sep 04. 2024

둘이서 너무 붙어 있었나 보다


강릉에 온 지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남편과 거의 매일 붙어 있었다.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수영하고,  도서관도 같이 가고, 맨발 걷기도 함께 했다.


새로운 곳, 좋은 경험을 함께 하며 돌아다니니 지겨울 틈이 없었다.

이렇게 24시간 붙어 지내니 처음엔 신나고 좋았는데,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


요즘 별것 아닌 일에 서로 삐지고 말을 안 한다.

남편의 갱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4개월 동안은 갱년기 아니었냐고...


그저께 저녁 형님의 카톡이 발단이 되었다.

"서방님 추석 전에 어머님 모시고 함께 여행 가요.

어머님이 가고 싶어 하세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온 것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 형님은 우리 스케줄 물어도 안 보고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셔?  다음 주부터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이 2개나 시작한다고.."


남편도 내 표정을 보더니

" 당신 어차피 가기 싫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당신은 허리 아파서 못 간다고 할 테니까.."

그러더니 형님과 둘이서 카톡이 계속 이어졌다.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남편 마음이 상했기에 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다.


그리고 오늘까지 냉전상태다.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하니 집안에 흐르는 냉랭한 기운이 견디기 힘들다.

어제는 수영을 혼자 갔다. 함께 깔깔대며 할 때는 시간이 금방 가던데 어제는 시계만 몇 번을 쳐다봤다. 영 재미가 없었다.


아침 눈뜨자마자 혼자  해변 맨발 걷기를 하러 나왔다.

그리고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검색해서 해변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라테를

마시고 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유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바람 빠진 튜브처럼 허물허물하다.


삶의 생기가 없다.

단짝 친구 같은 남편아. 이제 그만 마음 풀고 다시 재미나게 같이 놀자~


매일 붙어 있는다고 시큰둥해지지 말고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존재가 있음에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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