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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Sep 05. 2024

극 P부부의 일상


우리 부부는 둘 다 P다.

남편은 INFP, 난 ENFP, INFP 왔다 갔다 한다. 확실한 건 P 중에서도 아주 극 P라는 거다.


어제까지 냉전 중이던 우리 부부는 저녁에 와인 한잔을 하며 그냥 스르르 기분이 풀어졌다.

싸움의 원인, 결과 그런 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마음이 편해진 난 10시가 넘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러니 새벽 5시에 눈이 떠질밖에..

남편도 오늘따라 일찍 일어났다.

우리는 우유가 없어 편의점에 사러 갔다.

" 나온 김에 동네 산책이나 할까?" 내 제안으로 오랜만에 둘이 아침산책을 했다.


최근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 아가들도 보고 미꾸라지 키우는 집이 있어 미꾸라지 구경도 했다.

사장님이 " 어머 다정하게 손잡고 아침산책 하시는구나"라고 하셔서 더 다정한 척도 했다.

예전에 우물이었던 곳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 오늘은 강릉 나가서 점심 먹고 도서관 가서 책 빌려서 좀 보다가 수영하고 들어오자"

내가 말하자 "그래 그러자" 남편도 바로 좋다고 했다.



강릉 백반집을 검색해서 찾아낸 금화식당에 도착하니  10시 반이었다.

화덕에 구운 생선구이정식을 먹고 식당 벽에 붙은 광고지를 보고 송정 아이파크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


그리고 우리 교회 교인분이 운영하시는 윤스커피로 가서 드립커피를 마셨다.

원두도 사려고 했으나 아드님이 운영하시는 교동점에서만 판매하신다고 해서 못 샀다.

모루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해 놓은 책을 빌려서 책을 좀 읽었다. 30분 정도 읽었으려나? 남편과 난 약속이나 한 듯 연거푸 하품을 했다.


" 바로 수영은 못 가겠다. 일단 집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주문진 쪽으로 수영을 가자"  남편이 말하자,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그게 좋겠다"라고 했다.


집에 오던 중 점심을 일찍 먹어서 슬슬 배가 고파졌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남편이 집 근처의 모이나 버거로 차를 몰았다.



햄버거 1개를 사이좋게 나눠 먹고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 당신 순포늪지 안 가봤잖아" 하는 거다. "그럼 지금 가볼까?" 그래서 모이나 버거 옆에 있는 순포늪지를 휙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고 사천 하나로마트에 가서 장을 보러 갔다.

쌀을 사야 되는데 우리가 사고 싶은 쌀이 없어서 못 사고  두부만 사서 그냥 집에 오려고 했는데 " 오늘 바다를 못 봤잖아. 바다 보고 들어가자"라고 해서 사천해변으로 갔다.

휴가시즌이 지났지만 해변엔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바다를 보니 맨발 걷기가 하고 싶어졌다.

" 여보 우리 온 김에 맨발 걷기하고 들어가자"

라고 하니 남편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라며 웃는다.



30분 정도 슈퍼어싱을 하고 제대로 지친 우리 극 P 부부는 드디어 집으로 향했다.

장장 6시간 동안 8곳을 방문했다.

아침 10시에 집에서 나갔는데 집에 오니 4시가 넘었다.


샤워를 하고 남편은 " 왜 이렇게 졸리지?"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코를 곤다.

그렇게 코 고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난 글을 쓰고 있다.


아무튼 아침에 원래 가려던 수영은 결국 못 갔다는 것!!

하지만 둘 다 P여서 수시로 변하는 계획에 전혀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

진짜 이 정도로 잘 맞는 단짝친구도 흔치 않을 것이다.


J이신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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