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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각오를 하고 쓰는 글

이런 사랑을 받았다는 걸..

by 정민유 Mar 17. 2025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브런치 글을 쓴 지도 2달이 넘었다.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는 걸 너무 알아버려서, 나 같은 사람이 작가라는 호칭을 듣는다는 게(브런치작가이긴 하지만) 송구스럽게 느껴져서,

또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꿈을 내려놓게 돼서,

그래서 글을 안 썼다.


몇 년 동안 그렇게도 책이 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접으니 한편으론 아주 홀가분했다. 그동안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어보려 애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본업인 상담에 다시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역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상담케이스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글이 쓰고 싶어진 이유는 바로 나의 반려자인 남편 때문이다.


요즘 들어 예전 기억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에 비해 최근 일어났던 일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덜컥 겁이 나는 거다.

"얼마나 남편이 날 챙겨주고 사랑해 주는지 잊어버리면 어쩌지?"


그래서 브런치 앱을 켜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강릉에 두 번째 눈이 왔다. 집에서 15분 거리의 유천동 쪽으로 운동을 가는 날이라 아침에 슬슬 걱정을 하며 누워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 운동 가는 날인데.."

라며 말꼬리를 흐리자, 남편은 "당연히 내가 데려다줘야지." 라며 먼저 준비를 서둘렀다.


걱정과는 달리 운동을 가는 도로의 눈은 이미 다 녹아있었다. "눈이 다 녹았네. 그래도 나랑 같이 가는 게 좋지?"라고 하자 "그럼 내가 당신을 보호해 줘야지."라고 하는 남편.


운동을 하는 1시간 동안 남편은 근처의 다이소에 살 게 있다며 다녀온단다. 워낙 다이소를 좋아해서 2시간도 쇼핑을 할 수 있는 살림남이다.


운동이 끝나고 내려오자, 남편은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비닐봉지를 의기양양하게 내밀었다.


" 이게 모야?"라고 하자  "지나가다가 괜찮아 보이는 반찬가게를 발견했어. 거기 고등어조림이 있길래 얼른 샀지. 양념도 과하지 않고 딱 당신이 좋아하게 생겼더라고.."

"진짜 맛있게 생겼네"라고 하자 남편은 더 신이 나서 "그래서 감자볶음이랑 깻잎이랑 오징어전도 샀어"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배가 고파 재빨리 상을 차려 좋아하는 고등어조림을 제일 먼저 한입 먹었다.

"히야 어쩜 간이 이렇게 딱이야?"

"그치? 그치? 딱 보니 맛있게 생겼더라니깐..."

남편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반찬가게는 처음이라서 나도 기뻤다.


내가 맛있게 먹으니 자식새끼 입에 먹을 거 넣어주는 에미처럼 흐뭇해한다. 그렇게 한 그릇 뚝딱 먹고 나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저쪽 가서 쉬고 계슈" 허리가 아픈 내게 웬만해선 설거지도 못하게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지인을 만나고 들어왔더니

안방 화장대 밑을 보라고 했다.

화장대 선반에서 자꾸 떨어지는 드라이기를 고정하는 고리를 만들어 걸어놓은 것이었다.

(저 위에 사진이 그거다)


'다이소에 살 게 있다는 게 이거였구나...'

그걸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며 울컥하는 내게

" 맨날 드라이기 떨어뜨리는 소리 듣고 내가 저걸 매달아 줘야 할 텐데 생각했었어. 아주 잘 만들었지?"

또 으쓱으쓱한다.


내가 이런 사랑을 어디서 받아보겠나?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하물며 자식도 아니다.

하나님이 만나게 해 주신 내 인생의 반려자이자 돕는 배필 울 남편.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소?

남편에게 사랑받는 글은 인기가 없다. 자랑질 같아 보이고 재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 걸 잊어버릴까 봐,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


우리 앞으로 30년만 이렇게 아끼며 사랑하며 삽시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더욱더 오글거립시다.

사랑합니다!! 울여보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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