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이라고 독서모임 이름도 정해지고, 5월에 읽을 책도 선정했으니 이제 참여할 사람만 모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서 큰 벽을 만났다. 독서모임을 내가 간절히 원했기에 다 내 마음 같을 거라 예상했던 거다.
동문 모임 언니들이나 교회 속회 모임, 또 최근에 알게 된 지인들, 게다가 인스타와 스레드에까지 열심히 알렸다. 하지만 선뜻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난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 그림이 아니었는데..'
내가 제안한 모임이었기에 엄청난 마음의 부담감이 엄습해 왔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을 모아 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적어도 3~4명은 오실 줄 알았다. 하지만 친한 언니 1명만 일단 한번 참석해 보겠다는 대답을 겨우 들었다. 책방지기 보기 민망할 생각에 진작부터 가슴이 쪼그라들었다.
첫 모임날 책방지기와 아내분, 나와 선배언니 한 명 이렇게 4명이 책모임을 시작했다. 그래도 친한 언니가 참석해 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 언니는 오래전부터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하셨어서 꼭 오셨으면 했었다.
이대 교목이며 신학박사이신 김혜령 님의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 목사로 사셨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시면서 경험하게 된 딸의 이야기였다. 치매는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주제였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게다가 각자가 최근에 경험했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더 좋았다. 누구에게 선뜻 말할 수 없어서 마음에 담고 혼자 힘들었던 이야기. 그 죽음 이후에 느꼈던 경험을 나누며, 경청하며 서로 더 친밀해지는 느낌이었다.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죽음이란 어둡고 무거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책방지기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1시간 반의 시간이 끝나고 나서 모두의 마음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덩어리가 잔잔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난 첫 모임을 잘 마쳤다는 안도의 웃음이 입가에 배어 나왔다.
"아.. 행복하다.."란 말이 나올 만큼 의미 있고 깊이 있는 나눔의 시간이어서 감사했다.
"내가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을 기억하며 너를 나의 딸로 붙잡고 살듯이,
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게 될 시간을 기억하며 나를 너의 엄마로 붙잡고 살 수 있을 거야.
슬프겠지만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저자가 혹시 자신에게도 치매가 온다면 엄마의 치매를 받아들일 딸에게 쓰는 글 중의 한 구절이다. 책을 써가며 느꼈을 저자의 고통을 딸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엄마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유쾌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아서 더 가슴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