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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

by 정민유

오늘은 인생서가의 독서모임 <아침산책> 3주 차.

강릉에 오게 되면서부터 얼마나 바랬던 독서모임이었던가!! 얼마나 찾고 찾았던가!!

인생서가의 책모임은 1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만큼, 책의 선정이나 대화의 결이 완벽하게 마음에 든다.


난 자기 계발이나 돈을 축적하는 방법, 새로운 기술의 습득 이런 거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요즘의

독서모임은 대부분 이런 책들을 읽는 곳이 많은 듯하다. 아무래도 20~30대의 관심사가 그쪽으로 향해 있으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40대까지는 성취를 위해 달려왔다면, 50대 이후의 중년기의 삶은 겉으로의 성장보다는 내면의 성숙에

더 집중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노화가 생기게 되고 건강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인생서가는 강릉원주대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북카페다. 작지만 강력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그 공간이 주는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그곳의 서가는 온통 죽음에 대한 책들로 가득하다.

죽음이란 주제가 왜? 굳이? 이런 생각을 할법하다. 하지만 처음에 인생서가를 검색해서 죽음을 주제로 한 북카페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강한 호기심과 끌림을 느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런 북카페는 전국에서 유일한 곳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 가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겼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던 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세상과는 동떨어진 아늑한 느낌이었다.

40대 중반이시라는 사장님은 뭔가 묵직한 느낌일 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동안이셨다.

사장님과 대화를 하며 가지고 있던 궁금증들이 하나, 둘 해소가 되었다. 사장님은 목사님이셨고 기존 교회에서 사역을 하시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북카페를 열게 되신 것이다. 주일날엔 '나그네 교회'라는 예배 공간으로 변신한다.


굳이 죽음을 주제로 북카페를 만드신 사장님, 또 굳이 그런 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기에 공감대 형성이 더 수월한 듯하다. 독서모임을 주위에 지인들에게 권하며 느낀 사실인데 이런 주제의 책을 좋아하고 독서모임까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진짜 흔치 않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오신 분들은 뭔가 좀 다르다.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6월의 선정책인 [잠수종과 나비]를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신마비가 온 상황에서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위트와 유머로 그 상황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저자의 정신력이 놀라웠다. 그로 인해 소위 '식물인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내면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은 절대 읽을 수 없었으리라. 비록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 사고의 지경이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독서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는 깊은 사유를 통해 느낀 통찰들로 가득하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절대 하기 힘든 성질의 대화다. 한마디로 밀도 높은 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대화가 갈급했었나 보다.


죽음과 친하게 지낼수록 삶을 더 잘 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도 계속 <아침산책>의 열혈참여자로 함께 할 거고 1년 후, 2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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