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울리는 '뭉클함'의 순간: 심리상담

생명을 살리는 말 한마디

by 정민유


준호 씨와 16회기 상담을 진행했을 때이다.

오늘도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아무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허망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는 괜찮은 대학을 나오고 직업적인 면에서도 서로 스카우트하려고 할 만큼 인정받고 있고 외모도 적당히 큰 키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얼굴을 가졌고

섬세하고 따뜻한 성품이었다.


그동안 부정적인 것에 갇혀있는 사고의 균형을 맞추고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린 시절의 방치된 상처와 학창 시절의 왕따 경험의 상처를 치유하느라 서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데...

또 자책과 후회의 얘기를 들으니 나도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긴 했다.


"저는 사실 살아야 될 이유를 모르겠어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는 내가 보기엔 완벽하신 분이에요. 어머니도 가족을 위해 헌신해 주셨고요. 내가 못났고 다 내 잘못이에요.."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드나 봐요.

그런데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할 때 가족들 중 어느 누구도 준호 씨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않고 별거 아니라고 넘기셨네요.

정서적 공감은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건데요.

그 고통을 혼자서 감당했던 거잖아요"


"그랬었죠.. 어머니는 자녀가 다섯이나 되니 막내인 저에게까지 신경 쓰실 에너지가 없으셨어요. 아버지는 일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셨고요"


"그래서 혼자서 그런 상처들을 견뎌내고 그래도 대학을 가고 지금 이렇게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네요"


"그건 그랬죠. 하지만 아직도 아버지는 저를 인정해 주시지 않아요. 아직도 못난 아들 취급하세요"


"아버지가 인정해 주시지 않더라도 준호 씨 스스로는 자신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참 애쓰며 살아왔다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자꾸 후회하는 마음만 들고 못난 나를 자책하게 돼요. 내가 못나서 우울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만 돌아가시면 전 그냥 죽고 싶어요"


"전 준호 씨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준호 씨가 살아서 꼭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보고 싶어요.

절대 죽으면 안 돼요"


"(울음) 아무도 나한테 이렇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처음이에요.. 아무도 저한테 관심 없었어요"


"제가 알아주잖아요. 사람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죽지 않는대요.

또한 우울하고 열등감 덩어리인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변했어요. 준호 씨도 변화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그로부터 2주 후에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상담실에 나타났다.

당당해지고 밝은 에너지로 기운차게 얘기했다.


"저 어머니께 얘기했어요. 아무리 자식이 많았어도 저도 관심받고 싶었다고요. 그리고 이제 참고만 살지 않고 누나나 형들처럼 내가 원하는 거 다 말할 거라고요. 막내라고 뭐든 알아서 할 거라고 내버려 둬서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고.."


"그렇게 얘기하니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준호가 상담을 받더니 달라졌다고 하시던데요. 어른스럽고 성숙해진 것 같다고.."


"저도 너무 기쁘네요. 이제 마음속 얘기를 참지만 말고 표현하며 살아요. 그래야 원망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죽고 싶다는 마음은요?"


"신기하게도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졌어요.

저 이제 그만 자책하고 당당하게 살 거예요. 저번 상담 때 선생님이 내 눈을 보고 준호 씨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하셨던 말을 계속 생각했어요.

저 앞으로 잘 살아볼 거예요"


두 사람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울리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말 한마디..

잠시의 순간이었지만 상담사의 진심이 내담자의 가슴에 빛처럼 꽂히는 순간!!

이 울림이 내담자를 살리는 것이다.


이런 '뭉클함'의 순간을 만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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