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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은 오미크론이 확실한데 계속 음성이 뜨네

음성과 확진 사이 어딘가

by 정민유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인

월요일부터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도 아프고 미열도 났다.

떠나기 전날 남편은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했을 때 음성으로 나와서 여행을 감행했던 건데..

여행 내내 너무 아파했다.

역시 여행을 취소하는 게 더 나았을 거라 후회가 되었다.

그때 양성이 나왔다면 당연히 여행을 취소하고 남편이 생고생을 안 했을 텐데...


2박 3일 동안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었으니 나도 옮았나 보다.

남편이 아프다며 마스크를 쓰고 있겠다고 했으나 난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한 번은 걸리고 지나가야 할 거 같이 걸리는 게 낫지..

하지만 자가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음성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기침도 심해지고 근육통도 생겼다.

일단 약국에 가서 증상을 말하고 약을 지어와서 먹었다.

그래도 몇 년 전 A형 독감에 걸렸을 때보다는 훨씬 덜 아팠다. 그땐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으니..

오미크론 너 별거 아니었구나?

증상은 개인차가 큰가 보다. 엄청나게 아팠다는 분들도 많은 것 보니.


누워있으니 하루 종일 잠이 쏟아졌다.

겨우 끼니만 때우고 잠을 잔 것 같다. 자도 자도 계속 잠이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음날 아침 집 앞 선별 진료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니 또 음성이라는 거다.

이렇게 부정확한 진단키트를 왜 판매하는 거람.

이렇게 심하게 아픈데도 음성이 나오다니!!


그리고 오늘 다시 신속항원 검사를 하러 갔다.

오늘은 양성이 뜨겠지.

검사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여러 명의 번호를 한꺼번에 불러서 앞으로 가니 진단키트 오류로 양성이 뜬 것 같다는 거다.

"혹시 pcr 검사하고 싶은 분 계신가요?"

"저요" 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pcr 검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남편은 이틀 전에 pcr 검사를 하고 어제 확진을 받았다.

난 밀접접촉자니 당연히 확진이 되겠지.

이젠 증상은 기침과 인후통만 남아있다.

내일이면 확진 문자가 올 것이다.

확진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 일이야?


상담도 일주일째 안 하고 있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잉여인간이 된 느낌이다.

오히려 시간이 많은데도 글도 안 써졌다.

그냥 생각 자체가 멈춰버린 느낌이다.

불쑥불쑥 튀어 오르던 글감과 아이디어도 일시 정지해버렸다.

이러다 그동안 열심히 키워온 글쓰기 근육이 없어져 버릴까 봐 두렵다.

미각과 후각도 둔해져서 그냥 모든 게 둔감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정말 이 느낌 별로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뭔가 억지로 짜내는 느낌이 든다. 나 오미크론 때문에 머리도 멍해져 버렸나 보다.

그래도 오늘은 뭐든 써야겠기에 나의 오미크론 확진 전날의 후기를 쓰고 있다.

지금 난 음성과 확진 사이 어디쯤인가에 있다.



결국 다음날 아침 확진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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