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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11화
50대 신혼부부의 못말리는 사랑법
송어 육회 방귀사건
by
정민유
Apr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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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 철들까?"
"그냥 철들지 말고 살자"
"그래 그러자"
제목만 보고 '뭔가 성숙한 사랑법을 얘기하려나보다'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저 나이에도 저렇게 철이 없을 수도 있구나.. 를 보게 되실 테니..
남편은 50대 초반, 난 50대 후반.
남편은 작가로 아는 지인들 사이에선 날카롭고 날 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난 상담사로서 내담자들 앞에선 지적이고 우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장난꾸러기 어린애가 되어 버린다.
호시탐탐 장난칠 태세로 상대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뭔가 하나 얻어걸리면 장난을 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재작년 내 생일 기념으로 평창여행을 갔을 때다.
우린 송어회와 육회를 파는 음식점에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호텔에 돌아와 그날 밤이 문제였다.
송어회 때문인지, 육회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가 부글부글거리면서 가스가 빵빵하게 찬 것이다.
아마도 회와 고기가 뱃속에서 섞이면서 새로운 상승작용을 했던 것 같다.
참으려고 애를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시 후 아주 잘 숙성된 깊고 진한 가스가 나온 것이다.
경험적으로 냄새가 독한 가스는 소리 없이 나온다는 걸 아는 난 '피식'하며 가스가 살그머니 분출되었을 때 긴장했다.
그것도 침대에 둘이 누워있을 때였다.
일단 나왔고 이불을 들쳐 살짝 검사해본 결과 내가 평생 생산해 왔던 것 중에 최고였다.
그야말로 '내꺼 중에 최고'
'큰일 났다. 일단 이불로 최대한 이 가스가 새 나가지 않도록 잘 막아보자' 하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빠른 남편이 알아채버렸다.
사실 남편은 내 머릿속 생각까지 알아채는 초능력이 있다.
매 번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지만 대답을 못하는 거 보면 초능력이 있는 게 확실하다.
이미 연애초 방귀 튼 사이였기에
평소 같았으면 편하게, 소리를 죽이려고 조절하지도 않고
'뿌앙'하고 꼈을테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라도 아주 달랐다.
"방귀 꼈어?"
"아뉘 안 꼈는데.."
"뭔가 수상해.. 어디 봐봐" 하며 이불을 들치는 거다.
" 아아악 안돼!!!!!"
난 기를 쓰며 저항했지만 남편은 더 기를 쓰며 이불을 들췄다.
그리곤 "으으윽!!" 하며 쓰러져 버렸다.
"우와~~~ 이건 생명을 위협하는 독가스다.
화생방 경보, 화생방 경보"를 외치더니
"방독면이 필요하다" 하면서 옆에 있던 비닐봉다리로 코와 입을 감싸며 숨을 쉬는 거다.
남편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투명 비닐은 펴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런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눈물 나게 웃겨서 난 얼른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이 사건은 '
송
어 육회 방귀사건'으로 우리들의 기억 서랍에 잘 보관되어 있다.
가끔 한 번씩 꺼내보면 그때의 진하디 진한 방귀의 스멜이 나는 것 같다.
이렇게 만나면 수시로 웃고 장난치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서로 기막혀하면서도
"원래 사랑은 유치한 거다" 말하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좋다.
서로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까지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이.
박장대소하며 웃는 것이 면역력에 가장 좋다지 않는가?
오늘도 비록 날씨는 꾸물꾸물하지만 어떤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해도
되려나
.
..?
(아침부터 방귀 얘기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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