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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인 심리상담카페를 창업했다

자영업자로서 삶

by 정민유


11년 전 상담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심리상담카페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상담실보다는 편하게 와서 커피도 마시고 자연스레 상담도 받을 수 있는 복합공간.

석사를 마치며 자격증을 따고 심리상담사가 되었다.​

그리고 어렵게 취직이 된 정신과에서 4년 이상 상담을 하면서 이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 친구를 만나고 4개월 정도 되었을 때 둘이 의기투합하여 구체적으로 그 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거다. 그는 정신적으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다.

내가 블도우저처럼 일을 추진해가는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생각이 깊고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일단 자리를 알아보는데 학창 시절 10년을 보냈던 나에게 고향 같은 용산 쪽으로 마음이 이끌렸다.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한 오피스텔 2층 상가를 들어간 순간 둘 다 '여기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계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아는 동생을 통해 인테리어 하는 분을 소개받았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쁜 공간이 완성되어 갔다. 매일매일 인테리어가 진행됨에 따라 환호성을 질렀다.

화이트톤으로 벽을 칠하고 아치형 중문을 만들었고

프렌치 스타일 타일을 붙여 바를 만들었다.

엔틱한 조명과 가구로 장식을 하자 완전 내 취향저격이었다.



카페에 필요한 커피머신과 원두 선정, 가구 선정 등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0월 초에 상담카페를 차려야겠다 생각하고 11월 25일 오픈 예배를 드리게 되다니!!


처음 결정하고 2달 만에 나의 꿈인 상담카페가 눈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모든 과정 안에서 주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진하는 능력이다"라고 스카펙 박사님이 말씀하셨지..

막상 카페를 용감하게 오픈은 했지만

마케팅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사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이 많이 안 좋은 상태라 내 얘기를 들은 분들은 다 말리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해야 하는 성격이니 아무도 날 말릴 순 없었다.






오픈을 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SNS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는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블로그는 시작도 안 한 상태였다

부랴부랴 블로그를 시작했고 인스타도 키우기 시작했다.


겁 없이 자영업자의 길로 뛰어들었고 처음엔 의기양양하게 운영을 시작했다.

할인쿠폰을 만들어 돌리고 데이팅 앱에 소개하고 커플상담도 했다.

예전 내담자들과 오픈 축하파티도 했다.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고 신이 났다.


다행히 처음엔 쿠폰 영향인지 카페 손님도 많았고 예전 내담자들의 상담 신청도 계속 있었고 카페에 왔다가 상담을 신청해서 하게 되는 내담자도 생겨났다.

"역시 심리상담카페를 오픈하길 잘했어!!"



처음엔 바리스타가 있었으나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돼서 남편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우린 그야말로 하루 종일 붙어 있었고 환상의 궁합이었다.

손님이나 내담자들은 공간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다.

나도 그곳에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재즈가 흐르고

아침이면 입맛에 딱 맞는 진하고 깊은 풍미의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고 여유 시간엔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더니..

오픈하고 3개월 만에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거리두기로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심지어는 하루에 커피를 1잔 판매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암수술.

1달 이상 상담도 쉬었다.

월세 내기도 힘들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편과도 카페 문제로 크게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결국 1년 반 만에 카페를 접게 되었다.

그래도 금전적으로 크게 손해보지는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었지만 권리금을 받을 수 있어서..




나의 꿈이었던 상담카페를 오픈하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영업자로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들도 많이 했다.

상담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경험들..

나의 지경이 넓어졌다는 것!!

돈 주고 살 수 없는 커다란 수업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열심히 했던 블로그 덕분에 지금도 내담자들이 꾸준히 상담에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 나의 꿈을 이루어 보았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커피와 음악과 대화가 있는 나만의 쿼렌시아.

심리상담사 샘들의 로망인 심리상담카페를 운영해보았으니 여한이 없었다.

지금도 남편과 그곳을 그리워한다.

우리의 연애 초기에 둘이 함께 했던 공간과 예쁜 추억은 오래오래 남으리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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