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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

by 정민유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다. (류시화)


최근에 읽고 있는 류시화 작가님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수도승이 제자와 여행을 떠났다가 가난한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늙은 암소에 의지해서 겨우 살아가던 가족이었는데 수도승은 제자에게 암소를 절벽 아래도 밀어뜨리라고 한다.

제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스승이 지혜롭다는 것을 신뢰했기에 암소를 절벽으로 떨어뜨렸다.


몇 년 후 제자가 다시 오두막을 찾아왔을 때 그 오두막은 아름다운 집으로 변해있었고 풍요와 행복이 넘치는 곳이 되었다.

그 부부는 암소가 없어지고 난 뒤에 살아남기 위해 약초와 묘목을 키우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여주듯이 우리에게 일어난 나쁜 일이 결국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에게도 익숙함을 떠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경험들이 있다.

이혼

상담카페 창업

암수술


이혼이 가장 큰 절벽 앞에서 한 발을 내딛는 모험이었다.

27년의 결혼생활은 고통스러웠지만 이미 그 고통들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더 이상 불안하거나 두려움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이혼은 그동안 해왔던 모든 관계에 대한 단절처럼 느껴졌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의 극치를 느끼는 결정이었다.

그 당시 상담을 근근이 하고는 있었지만 정기적인 수입도 없는 상태였기에 경제적인 불안감이 가장 컸다.


'이혼하고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의존적으로 살아왔던 내가 과연 혼자서 독립적으로 잘 살 수 있을까?'


부모님의 과보호 속에 서클활동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친구들과 여행도 대학생활 동안 딱 한 번 해봤고 결혼 이후에도 내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건 상담대학원 진학 정도 었다.

심리적으로 너무 의존적이었다. 혼자 살아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두려움을 감수하며 이혼을 결정한 것이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야지만 더 넓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익숙함을 벗어던진다는 것은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더 열심히 살 게 되나 보다.

이혼하면서 정신의학과에 바로 취업이 되었고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에 꿋꿋하게 견뎠다.

4년 반의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사로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불안하긴 했으나 상담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그런 용감한 결정을 했던 결과로 난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고 지금의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했던 결정들에 후회는 없다.

그래서 '고난이 축복이다'라고 하는가 보다.

자기 스스로는 그 안전함을 던져버릴 수 없기에 신은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시는 것이리라. 고통스러워하는 자녀를 지켜보는 주님도 힘드시지만 그 고난을 통해 더 빛나게 될 것을 아시기에...


오늘도 주님께서는 묵묵히 마음 아파하며 하지만 잘 견뎌내길 기대하며 지켜봐 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내가 의존하고 있는 익숙한 것은 무엇일까?

깊이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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