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은 왜 개똥을 안 치울까?

프랑스 여행

by 플로리나

프랑스 여행을 하는 동안 앤틱한 건물, 박물관의 수많은 미술품, 맛있는 음식 외에 또 나를 기쁘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거리에 나가면 쉽게 만나게 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었다. 그곳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 가릴 것 없이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볼 수 있었다. 강아지들 종류도 어찌나 다양한지,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견종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혹자는 파리에 가면 패셔너블한 언니들 구경하느라 넋을 잃는다고 한다. 반려견 가족인 나와 딸아이는 지나가는 강아지를 볼 때마다 ‘귀엽다, 예쁘다, 우리 강아지 닮았다, 내 강아지 보고 싶네.’하고 갖은 수다를 떨며 구경했다.


우리나라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강아지가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갑자기 짖거나, 다른 강아지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일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외로운 현대인들이 강아지를 키우면서 정을 나누고 위로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강아지 산책시키는 일까지 매일 여러 차례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집안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강아지는 낯선 환경에 가면 자신과 견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태세를 취하게 되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프랑스에서 본 강아지들은 사회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행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었고, 카페에서는 주인 옆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한 번은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과일 주스를 사 먹는데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가 목줄도 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나워 보이는 사냥견을 저렇게 풀어둬도 되나 싶어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살펴봤다. 예리해 보이는 파란 눈과 날쌔 보이는 몸집과는 다르게 행동이 너무도 온순했다. 옆에 가서 쓰다듬으니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서 마치 우리 집 반려견인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다. 프랑스 강아지들의 사회화 수준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인들이 강아지를 사랑한다고 하더니, 그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그들은 강아지 산책을 자주 시켜주나 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견권이 존중되는 프랑스 반려동물 문화의 가치는 높이 살 만하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강아지와 집 안에서만 교감할 게 아니라,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서 충분히 밖에서 산책시켜주는 수고스러움도 감수하는 그들의 노력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하나 있다. 왜 그들은 개똥을 치우지 않고 길거리에 그냥 두냐는 것이다. 산책 나오는 강아지 수가 많은 만큼 당연히 거리에서 강아지들이 배변 활동하는 횟수도 많아질 것이다. 뒤처리를 견주가 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낭만이 흐르는 파리의 거리 곳곳이 어떠할지….


가끔 영화나 미드를 보다 보면 한껏 멋 부리고 나온 여성이 파리 거리를 활보하다 갑자기 멈칫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바닥에 질퍽한 무언가를 밟은 것이다. 반짝이는 구두에 더러운 오물이 묻은 걸 보면 찝찝한 것은 물론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것만 같다. 개똥을 잘 치우지 않는 프랑스인들을 비꼬듯이 이런 장면이 미국 영화에 종종 나온다. 프랑스 사람들도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한다고 한다. 거리에 널린 동물 배변을 밟으면 불쾌할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개똥을 밟고 미끄러져서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예전보다 배변 처리에 신경 쓴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파리와 니스의 거리에는 여전히 개똥이 넘쳐났다.


장애물 피하기 게임이라도 하듯이 개똥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바닥을 체크하며 걷다 보니 불현듯 하이힐의 유래가 떠올랐다. 15세기 유럽에서는 거리의 오물을 피하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다더니, 그 당시 정황이 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하수구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세 유럽에서는 요강에 볼일을 본 뒤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섹시해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더라도 불편한 건 질색이라서 나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그러나 중세 유럽에 살았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하이힐을 신고 싶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귀족으로 태어나야 이런 고민과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오래전부터 거리의 배설물이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프랑스에서는 개똥을 일부러 치우지 않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중세 시대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역사 속에서 흑사병이 얼마나 많은 유럽인의 생명을 앗아갔는지 겪었다. 그리고 여전히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위기 상황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강아지 산책 중 배설물을 견주가 깔끔하게 정리하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본다.


다음번 프랑스 여행길에서는 쾌적한 발걸음이 되길 소망해본다. 그때는 바닥을 살필 필요 없이 파리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경치에만 두 눈을 온전히 집중시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