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앙 로즈 (2007)
한 사람의 이야기는 간혹 지루하거나 일상적이다. 하지만 강한 메세지와 스토리를 가진 사람도 있다.
참새라는 별명의 이름을 가졌던 그 여인, 에디트 피아프의 이야기는 강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그 노래. Non------- 으로 시작되는 후렴구는 누구나 익숙할 만하다.
Edith Piaf 의 Non, Je Ne Regrette Rien는 인셉션, 파니핑크 등 다양한 영화에 soundtrack 으로도 유명하며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비앙 로즈는 바로 이 불후의 명곡을 부른 가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에디트 피아프는 20세기 최고의 샹송가수로 어릴적부터 서커스 단원인 아버지를 따라 방랑 생활을 하며 노래를 하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캐스팅된다. 그녀의 노래에는 외로움이 있고 고독이 있으며 고통과 슬픔이 있고 사랑과 낭만, 그리고 환희가 있다. 영화를 통해 위대한 샹송의 여왕으로 불리며 화려한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에디트 피아프를 느껴볼 수 있다. 시간의 교차와 세기의 노래들, 삶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장면들은 가히 볼만하다.
동시에 그 안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짙은 우리 삶의 장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익숙하고 괴로우며 그리고 사랑스러운 것들 말이다. 그 중 하나는 가족에 관한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에게 부모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번듯한 직장 보다는 거리에서 턱시도를 입고 우스꽝스런 자세를 취했던 서커스 단원으로 화를 잘 내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했다. 딸에게 다정하지도 않은 아버지였다. 사람은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걸까. 영화 후반부에는 에디트 피아프가 부모에게 긴밀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이 이어져 잘 돌보지 못한 어린 딸의 뒷이야기가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에디트 피아프가 침대에서 죽음을 앞두고 떠올린 것이 바로 아버지와 딸이라는 것이다.
영화가 다정하면서도 투박하게 건넨 위로는 아버지의 인형이었다.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에디트 피아프는 아버지의 지긋지긋한 면모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을 멤돌았던 것은 어릴적 가지고 싶었던 인형을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아버지가 조용히 내밀었던 순간이었다. 에디뜨 피아프는 그 희미했던 사랑을 기억했다. 필자는 그 장면을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물같은 장면이다.
죽기 전에 사랑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족, 사랑, 그리고 꿈을 품고 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살만하다. 노래하지 못하면 곧 죽는 것이라던 에디트 피아프. 사랑으로 가장 고통스러웠으나 인생의 말미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랑하라고 또 사랑하라고 말했던 에디트 피아프. 여성들이나 젊은이나 어린이들이나 사랑하라고 이야기하는 그녀. 사랑하고 때로 버림받고 때론 아픈 우리 자신을 끌어안아주라고 말하는 듯하다.
에디트 피아프의 이야기는 강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또한 강하다.
무르익는 가을밤에 라비앙 로즈로 위로하는 밤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라비앙 로즈 (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2007) / 올리비에 다한
드라마 / 2007.11.21 개봉/ 128분 / 프랑스 / 12세 관람가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장-피에르 마틴, 제라드 드빠르디, 파스칼 그레고리, 실비 테스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