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꿰뚫어버리는 무기

by 푸른새벽

삼 남매를 홈스쿨링 중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첫째, 둘째, 두 아들이 싸울 때가 가장 마음이 어렵다. 각자 할 일들이 있고 또 각자 소소한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시간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잘 시간이 되어 한 방에 모일 때에는 잠잠했던 마음이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다섯 식구지만 아직 한 방에서 잔다. 오늘 밤도 첫째와 둘째가 투닥거린다. 신랑이 야간근무하는 날 밤은 마음 지키기가 더욱 어렵다.


낮에 막내를 데리고 발달센터를 다녀왔다. 만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언어치료 선생님은 기어코 발음문제로 아이를 야단치신다. 대기실이 수업하는 방 바로 옆이라 본의 아니게 수업상황이 다 들린다. 뒤이어 3-4분 남짓 부모상담 시간도 다르지 않다. 아이가 계속 발음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하신다. 가만히 듣던 아이는 내 팔에 매달려서 이제는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방에서 빨리 나가고 싶은 것은 아이도 나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들에 정신이 없어서 다른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는 날이다. 다른 생각으로 탈출하고 싶지만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처음 생각, 마음이 어려워지는 생각으로 돌아가 있다. 고개를 들어 올려야 환기가 되는데 고개 들어 올릴 생각조차 하기 힘든 날이 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쓰기 시작한 지 30여 일이 지났다. 시간은 빠른 것 같으면서도 참 더디 가기도 한다. 어제는 졸린 눈을 비비며 단 몇 줄이라도 쓰고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문단 정도를 남기고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열어보니 제목을 보는 순간 아차! 싶다. 내가 하루 종일 거짓말만 보고 그 속임에 빠져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아이들은 맨날 싸우는구나.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구나. 거짓말이다. 하나님은 싸우고 부딪쳐야 빛이 난다고 하셨다. 그게 교회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날카롭게 연단된 빛나는 검이 되기 위해 서로 부딪치고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그것이 주님께서 내게 주신, 아이들을 향한 믿음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싸우는 두 아이를 붙들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고 지혜롭게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것이 서로 빛나는 검이 되는 길로 인도하는 자의 역할이다. 믿음이 거짓을 꿰뚫고 흩어버린다. 그리고 믿음이 길을 인도한다.


아이를 믿어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그 기준 하나로 횟수를 더 늘린 수업이 있고 또 그 기준으로 횟수를 늘리지 않은 수업이 있다. 이제는 그 최소한의 주 1회의 수업조차 계속 받아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하루 종일 복잡했다. 그런데 글로 풀어나가다 보니 이 상황에서 내가 흩어야 할 거짓말을 조명해 주신다. 좋은 선생님 만나고 좋은 수업을 많이 들으면 아이에게 더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막내를 놓고 기도할 때 주셨던 믿음이 번쩍거리며 안개같이 뿌연 거짓말을 흩는다. 아이의 연약함은 엄마의 사랑을 확보하는 통로라는 것. 아이의 약함은 걱정하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마음껏 이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부으라고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인 나를 위해서 특별히 허락하신 사랑 주머니라고.


그 믿음으로 거짓을 흩어버리고 아이에 대해 다른 선생님이 아닌 내가 좀 더 품을 들이기로 마음먹는다. 자극이 많이 필요하다면 내가 자극이 되어주며 또 아이와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내 품을 들여야겠다. 그렇게 사랑받도록 지으신 아이라면.



기도하는 부모라면 아이에 대해 주님이 붙들게 하시는 믿음 한 조각이 있을 것이다. 그 믿음은 단순한 한 조각이 아니라 비느하스의 창처럼 모든 거짓을 꿰뚫고 모든 거짓을 훅 불어날리는 무기가 된다. 세상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든 내게 주신 믿음 한 조각 붙들고 온갖 희뿌연 안개들을 훅 날려버리자. 그때 고질적으로 넘어서기 어려웠던 언덕을 넘어서고 아이에게 또는 부모에게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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