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글을 쓰는 이유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푸른새벽

세 아이를 홈스쿨링으로 키우고 있다. 오며 가며 알게 되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셋이라는 데서 헉, 학교를 안 보낸다는데서 헉 소리를 듣곤 한다. 듣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날 것 같은데 직접 살아내는 나도 실은 앓는 소리 나는 일상이긴 한다. 아이들 방학이면 앓는 소리들을 한다고 한다.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365일 방학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이들 돌보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일이 전부가 되어버린다. 아이들 상태에 따라 행복했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가 한다. 학교도 안 다니니 아이들의 미래가 오롯이 내 손에 달린 것만 같은 막막함과 두려움이 덮쳐오기도 한다.


잠시 시간을 떼어 한숨 돌리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삽시간에 지나간듯한 하루를 조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는 것 이면에 숨은 의미를 찾는 시간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고 하면 너무 쉬운 결론처럼 들릴까.



글을 쓴다는 것은 안경을 바꿔 쓰는 일과도 같다. 여유롭게 보게 하는 안경, 아름답게 보는 안경, 숨은 반짝임을 찾아내는 돋보기 같은 안경. 둘째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쓴 글이 있었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내 안에 문장들이 피어나고 있었으니 그 길 위에서 쓴 글이 맞다. 손잡고 걸으면 꼭 엄마 손을 잡아당기는 버릇이 있던 둘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엄마 걸음이 빨라서 잡아당기는 건지, 장난인 건지 알 수 없어서 둘째의 손을 느슨하게 잡아보았다. 그리고 둘째가 이끄는 대로 걸어보았다. 내 걸음은 여유로워지고 잡은 손은 억지스러웠던 힘이 빠진다. 그날의 길 위에서 둘째와의 관계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며 걸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글을 쓰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찾기 위해 멈춰서는 걸음이 있어서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순간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을까. 글을 쓰기 때문에 보이는 숨은 반짝임들이 있다. 역시 찾기 위해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숨 막히는 광야를 걷는 것 같을 때가 많다. 빨리 벗어나고 싶고 지름길이 있다면 언제든 귀가 솔깃해진다. 그런데 그 광야 여정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는 성막이 완성된다.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약속 따라 사는 삶이 연습된다. 하나님은 그 시간을 신혼 때와 같은 시간이라고 추억하신다.


글을 쓴다는 것은 광야를 걷는 숨 막히는 시간이 실은 아름다운 시간임을 발견하는 일이다. 글 쓰는 일을 통해 시선을 들어 올리게 되고 그 시선으로 오늘의 일들이 조망된다. 결국은 숨통이 트이게 된다. 어려운 시간이 어렵기만 한 시간이 아니라 땀 흘리며 뿌리내리고, 견뎌내며 열매 맺는, 아름다운 시간임을 발견하게 된다. 자녀는 주님이 주신 기업이고 복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다고, 정신없는 하루에도 불구하고 주님 말씀대로 정말 그러하다고 고백하는 예배, 그것이 엄마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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