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의 근원

by 푸른새벽

“얼마 번다고?”

신랑과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지인의 월수입을 알게 되었다. 많이 버는 직업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를 듣는 순간 난 누구, 여긴 어디? 하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대기업 다니시는 분들의 월수입도 연이어 듣고 나니 나는 도대체 언제 적 사람인가 싶다.


홈스쿨링을 한지 십 년이니 출퇴근하는 사회생활과 멀어진지도 그 정도겠다. 원래도 물정에 눈이 어두운 편이었는데 어느 정도로 모르고 살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인이 얼마를 벌고, 대기업 연봉이 어떻고를 듣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건가 싶다.


아이들을 재우고 잠깐 신랑과 나눈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자려고 누워서도 떠오르는데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것 같다. 그러다 드는 생각이 ‘그렇게 많이 버는데 왜 늘 돈이 부족하다 그러지?’, 그리고 뒤이어 든 생각은 ‘나에게 그만큼의 돈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을까?’ 너무 솔직하게도 그랬다.


사실 평소의 나는 ‘남이 얼마 벌든 나랑 무슨 상관?’ 늘 그래왔다. 남의 집이 얼마나 좋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 항상 그랬다. 내 것이 최고니까. 그런데도 지인의 월수입에 내가 이만큼 놀랐다는 것에 더 놀라기도 했다. 왜 이런 생각들을 주시는 건지 한참을 앉아서 주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그만큼 생기면 뭘 하고 싶은데?’

그렇게 여쭤오시는 것만 같아 솔직하게 생각해 봤다. 정말 정직하게 책 생각, 책장 살 생각 정도가 났다. 그런데 ‘책.. 책장.. 그걸로 뭘 하고 싶니?’ 다시 물어오시는데 난 그것들로 뭘 해결하고 싶은지, 돈으로 뭘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 살펴보면 그 사람의 욕구가 보인다. 책 많이 사고 싶어? 그걸로 뭘 하고 싶은데, 뭘 해결하고 싶은데? 아이들이랑 여행 다니고 싶니?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니?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경험을 주고 싶니? 내 속의 대답들을 하나둘 꺼내다 보니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그렇게 돈을 쓰는구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 나를 놀라게 했던, 지인의 월수입이 종이에 적힌 숫자정도로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없고, 돈을 쓴다고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인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살고 있었던 내 모습을 주님이 찔러주신다. 그래서 놀랐나 보다. 그 정도의 돈이면 뭔가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런데 나를 살리는 물줄기는 돈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니었다. 주님 믿는다면서 물의 근원을 착각하고 살았다.



나침반이 늘 북극을 향하려 애쓰듯이 생수의 근원이 어디인지, 헤매지 않고 주파수를 잘 맞추며 살고 싶다. 참 오래도 착각한 채로 살아왔다. 새 길, 오직 한 길 내신, 이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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