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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Jul 07. 2022

이정표가 있는 길

홈스쿨링의 푯대 세우기

 첫째가 태어나고 집에서 계속 돌보았다. 대단한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얼떨결에 가정보육 8년차이다홈스쿨링에 대해 결단한지는 그보다 짧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례에 걸쳐 홈스쿨링에 대해 결단했. '정말 계속 집에서 끼고 있을 거니?'  질문에 답한 것이다.


하나님의 세계


 첫째가 여섯 살 때 교회에 홈스쿨링 공동체가 생겼다. 그 곳에 합류할 것인지 마음을 정해야 했다. 계속 홈스쿨링을 하게 될지 먼 걸음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눈앞의 한걸음은 홈스쿨링으로 인도하시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도 같은 마음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즈음 이곳을 가도, 우연히 저곳을 가도 들리던 찬양이 있었다. 마치 일부러 들려주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참 아름다운 곳이라 주님의 세계는

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는 곳

조금이라도 내 의라 말할 수 없는 이곳

이곳은 바로 주님의 세계라

<하나님의 세계, 홍이삭 곡>


 이 찬양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많이 쏟았다. 가정마다 부르심이 다르겠지만 우리 가정의 부르심이 홈스쿨링이라면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준비하신 세계, 주님의 아름다운 세계가 이 길 가운데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십 대 중반 공부방에서 가르치던 초등학생 제자들을 보며 이 아이들에게 국어, 수학뿐 아니라 체육도, 미술도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단순한 생각으로 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보고 교육대학교에 진학했다. 그 길로 교사가 되었고 부푼 꿈을 조금 펼쳐봤을까 교직에 몸 담은 지 얼마 안 되어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바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첫 아이를 낳으니 또 아이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런 마음으로 가정보육을 해나갔다. 그런데 막상 '진짜 계속할 거니?' 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타이밍이 오니 초심보다는 힘든 일상이 생각나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세계"라는 찬양이 들릴 때 '이곳은 아름다운 세계야.' 라고 격려하시는 것 같아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아이가 7살이 되자 또 다른 문 앞에 섰다. 8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정말 계속하려고?' 라는 질문에 다시 답해야 했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어떻게 설득하려고? 친정 엄마는? 정말 계속하고 싶니? 라는 질문 앞에 수없이 기도했다. 주변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친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아이들에 대해서 듣기도 했다. 홈스쿨링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왔다. '주님 뜻이라면 할게요, 주님 뜻을 알려주세요.' 라고 기도해왔다.


 그렇게 기도하던 어느 날 "그렇게 주님 뜻이라면, 주님 뜻이라면 하시는 분들이 있다. 주님의 뜻을 구할 문제도 있다. 하지만 주님은 자원하는 심령을 찾기도 하신다."라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네가 하고 싶으면 해. 남편도 한 마음인데 뭐가 걱정이니.' 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다는 고백을 기다리셨던 것 같다. 그리고나서 품게 하시는 소망 한 자락. 어떤 사모님의 첫째 아들이 생각났다. 너무 순수하고 귀하게 잘 자란 모습. 한참 사춘기를 지날 나이 답지 않게 가족과 화목하고 동생들을 잘 거느리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에게도 소망 한 자락을 보여주셨다.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도 엄마와 산책을 나가며 홈스쿨링의 일상을 사는 모습.


 일단 결심하고 나자 가장 염려했던 부모님의 반대는 코로나 덕에 가볍게 지나갔다. 길어지는 코로나 여파로 홈스쿨이 그렇게 생소한 경험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8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르던 날 우리 가족은 시어머님을 모시고 동물원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난해 겨울에 입학연기 절차를 모두 밟아 놓은 터라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때문에 입학식이 있는 날인 줄도 모르고 나들이를 다녀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얼떨결에 그렇게 다녀온 일이 홈스쿨링 여정의 첫걸음을 뗀 일이었고, 그 여정에 대한 축복을 부모님으로부터 받게 하신 일이 되었다.



 사춘기가 되어서도 엄마와 사이좋게 일상을 살 수 있는 덩치 큰 아들. 그 모습이 하나님이 홈스쿨링에 대해 내게 주신 첫 마음이다. 나의 첫 마음은 처음부터 학습이 아니라 '관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과 염려가 되는 부분도 학습이 아니라 늘 '관계'이고 '사랑'의 문제다. 홈스쿨링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어느 가정에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한 가정이나 관심을 갖고 탐색 중인 가정이나 그 결심을 하게 된 첫 마음을 잘 붙드셨으면 좋겠다. 그 초심은 기나긴 홈스쿨링 여정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헤매지 않게 하는 이정표 말이다. 순간순간 저 집 아이들은 뭘 한다던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이만큼 할텐데 등의 생각으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초심은 방향을 잡게 하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초심은 이정표인 동시에 푯대(goal)가 되어줄 것이다. 지지고 볶기만 하고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눈앞의 일상이 아니라 곧 도착하게 될 곳을 향해 시선을 들어 올리게 하는 푯대.


 초심이 이정표이자 푯대가 되어준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첫 마음을 하나님이 각 가정에게 주셨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가정을 이 땅 위의 천국으로 설계하셨고 가정을 세우길 원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혼인서약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막 첫 아이를 안은 부부에게, 그리고 홈스쿨링을 시작하려는 가정에게, 가정을 세우고자 하는 여러 상황에 놓인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첫 마음을 주시고 이정표이자 푯대로 삼게 하신다. 이정표가 있고 푯대가 있는 여정은 얼마나 신나는 여정일지 기대하며 주님이 주실 첫 마음을 간절히 구하는 오늘 저녁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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