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새벽 Jul 03. 2022

엄마의 글쓰기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에게 자기 계발이란?

  사실 24시간 근무 상태와 같은 홈스쿨러에게 자기 계발이라니 사치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준비 과정 없이 단번에 할 수 있고, 만족감은 오래가는 활동 위주로 여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개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만 같은 자기 계발 영역 쪽으로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수년간 지킨 자리들이 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나중을 위한 아이템을 준비하는 시간인 경우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자기 계발을 해왔던 셈이다.


  특히 글쓰기의 경우가 그러하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특별한 목적 없이 8년간 써왔던 일기가 글쓰기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첫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겪는 산후 우울감 때문에 지인 몇 명과 함께 공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를 재운 후 밤에 쓰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새벽에 쓰기도 하면서 8년간을 썼다. 뭔가 계획이 있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얼떨결에 쓰기 시작했는데 일기를 쓰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내 안에 많이 쌓였다. 그렇게 쌓는 일만 8년을 하다가 이제 브런치를 통해 글을 흘려보내고 있다. 나는 모르지만 주님만 아시는 뜻에 의해 일기를 쓰며 글 쓰는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특별히 쓰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새벽에 성경 말씀을 읽다가 이제 쓸 때가 되었다는 막연한 마음을 받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글쓰기 챌린지를 통해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왜 하고 있는지 또 글을 통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쌓이는 시간을 지나 이제 풀어지는 새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되었다. 모든 것이 나의 계획과 무관하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연속 가운데 흘러간 시간이다. 그 와중에 그런 의문이 있었다. 글쓰기가 단순히 개인의 내적 치유를 위한 일이라면 그동안 써오던 일기를 계속 써도 될 일인데 왜 브런치에 글을 쓰게 하신 걸까.


"또 어떤 사람이 타국에 갈 때 그 종들을 불러 자기 소유를 맡김과 같으니 각각 그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더니 다섯 달란트 받은 자는 바로 가서 그것으로 장사하여 또 다섯 달란트를 남기고...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 (마태복음 25장 15절, 19절)


  어느 새벽, 눈에 들어온 이 말씀을 보다 보니 받은 달란트로 이제 글 쓰는 ‘일’을 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하인들에게 각각의 재능에 따라 달란트를 많게, 또는 적게 주시고는 달란트로 충성되게 ‘남기는 일’을 했는지 결산하신다는 이 말씀이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하게 한 말씀이다.


엄마의 글쓰기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봐도  쓰는 일 유익은  많다. 일상적인 루틴에 글쓰기를 포함시키는 것이 유행이  정도이니  말할 필요가 없겠다. 엄마에게도  쓰는 일은 당연히 유익하다. 일상의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자신을 치유하는 일이 되고 등등 글쓰기가 개인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유익한 이유를 구구절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산을 앞둔 주님의 종으로서 엄마의 글쓰기란 어떠한 것인지 말하고 싶다. 직장이 아닌 가정으로 출근하는 엄마에게도 주님은 달란트를 각각  재능대로 주셨다.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로 어떤 일을 충성되게 하고 무엇을, 얼마나 남겼는지 결산하실 일에 대해  깨어있으려면 엄마에게 글쓰기가 필요하다. 내게 주신 달란트로 가정을 어떻게 경영하고,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지 글로 정리하기 시작할 때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안에서 쏟아지는 보석과 같은 시간들, 보석과 같은 자녀들을 포착할  있다. 글로 써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석처럼 아름다운 일상을 포착한 엄마의 글을 써냈다면 이제 마음껏 나누자. 함께 홈스쿨링을 하는 공동체에서 나누고 나와 같은 문제로 늘 자녀와 씨름하고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역자들과 나누자. 부지런히 쓰고, 부지런히 나누며, 자녀와의 일상을 아름답게 보는 또 한 명의 동역자를 세운다면 그것이 결산하시는 날 주님 앞에 충성되게 남긴 달란트가 아닐까.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마태복음 25장 21절)


이전 05화 선택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