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발견하는 창작의 과정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감을 얻을 때에는 기존에 존재하는 사회적 구성물의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가 발명하고 발견한 것들로부터 힌트를 얻어서 현재의 나다운 색깔로써 창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에는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주변 환경과 우리의 생활을 이루고 있는 누군가의 창작물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요소들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밀도 있게 경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상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 차있구나, 놀랍고 아름다운 세상이었구나.'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내가 머물고 있는 배경이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모여있는 장으로써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을 때에는 생산적으로 쓰일만한 것만 골라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치듯, 물들듯이 경험이 자연스럽게 내면에 담기도록 하는 것이다. 잘 정돈된 명확한 형태가 아닌, 뒤섞이고 헝클어져 있는 상태여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나의 관점으로부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선택된 아이디어들을 채집하는 것이다.
그다음 그중에서 관심이 가고, 나다운 결이라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를 모아서 다양하게 조합해 본다. 이때 쓰이는 조합의 방식은 누군가의 것을 참고하여도 좋고, 아니면 스스로 직접 부딪치면서 터득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타인의 방식을 따라 하더라도 점차 나의 색깔과 결에 맞게 수정하면서 내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다루는 과정 자체에서도 나다운 발견과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재료를 찾고 고르는 과정과 더불어 그것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과 방식에서도 나다운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능숙하지 않더라도 '완성'을 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완벽하고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기 힘들다고 해서 중도에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는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지점까지 완결을 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완성의 기준 또한 창작자가 자신다움을 담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완결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것은 하나의 표현방식이자 아이디어이다.
초보자일수록 완결의 기준을 정교함으로 두기보다는 다소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내가 본질적으로 담고자 하는 색깔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지금은 전문가로서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내가 무엇을 창작하고 싶은지, 무엇이 나다운 표현인지를 확인하고 체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명확하게 느끼고 파악한 다음에 기술적인 부분은 구체화시켜도 늦지 않다.
영감을 얻고 창작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다움을 세상에 꺼내어 물질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창작을 통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거울삼아 비춰보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나 발명가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든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아보는 경험은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 대한 근거있는 확신을 갖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