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하여
어릴 때부터 나는 후회되는 것이 두려웠다.
현재 불편한 감정이 드는 문제는 지금 해결하면 수정하거나 해소할 수 있지만, 후회가 되는 일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 번 쓰이면 수정될 수 없는 책에 기록된 것처럼 과거의 내 생각과 행동, 선택과 결정이 이미 고정적으로 새겨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현재 어떤 결정을 할 때 미래의 나에게 대입해서 후회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어떠한 선택을 할 때, 현재 마음의 목소리와 함께 미래의 내가 무엇을 더 낫다고 판단할 것 같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나뿐 아니라 10년 후의 나, 그리고 죽기 직전, 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인생의 시간이 흘러갈 때 현재의 이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 본 후 결정한다면, 인생에 대한 단기간의 관점에서 만족스러운 선택을 함과 동시에 인생 전체의 과정 안에서도 괜찮은 결정이 될 수 있다.
살다 보면 지난날에 했던 선택과 결정을 돌아보면서 '그때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곤 한다. 인생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언제나 순탄하고 안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힘든 상황으로 이어졌을 때 후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후회의 감정에 오래 머물수록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후회되는 마음으로 인해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되는 현재에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고 자꾸 과거에 의해 발목 잡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했든 안 했든, 의식하든 아니든 인생은 새로운 순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머릿속은 이미 지난 과거에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고착된다. 그런 감정 속에서 사는 것은 굉장한 괴로움을 동반하고, 현재를 제대로 집중하며 살지 못했기 때문에 미래에 후회할 일을 재생산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미래에 돌아봐도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노년의 시기에 있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지금 소중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하고 싶었던 일은 꼭 도전하고, 남의 눈치 때문에 마음의 목소리를 따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즉 인생이 마무리될 때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내 삶에 충실하게 살면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으며 사는 것이다. 물론 미래의 내가 좋게 생각할 것 같은 선택이어도 현재의 나에게는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과제로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가는 것이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나는 괴롭고 외롭더라도 때론 참고 인내하면서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산다면 삶이 완성될 때쯤에는 방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던 젊은 날의 자신을 대견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살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 판단, 행동으로부터 상처를 받게 될 때가 있다. 마음이 쓰리고 화가 나기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만큼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타인과 세상이 내게 주는 상처들은 아무리 깊게 파인 것이라 해도 자연스럽게 나아지거나, 또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치유되기도 한다.
반면 '내가 나에게 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잘 회복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놓쳤던 많은 기회들, 내가 외면했기 때문에 작은 상처로 끝날 수 있었을 일이 덧나고 고름이 차게 된 기억들은 평생 동안 큰 후회로 남을 수 있다.
두렵고 힘든 상황이어도 불안감 때문에 내가 나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내 꿈을 후순위로 두면서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 하거나, 내 존재의 존중과 안위를 제쳐두고 다른 사람, 다른 일을 더 지키려 하는 선택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도 대신 치유되기 힘들다.
그래서 세상의 관점과 기준보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내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과감하게 '날 지키는 것'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바라보는 때가 올 것이다.
그날을 잘 준비하는 방법은 지금 몇 살이든, 어떤 상황이든 내 마음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지키고 조건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 마음에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너무 늦었다고 단정 짓지 않고, 스스로에 대해 너그럽고 유연하게 마음을 열고 바라봐주는 것이다. 진실된 애정으로 자신을 보살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그것이 젊은 내가 노년의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여행을 마무리지을 때에 가뿐한 마음으로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